올해는 국내외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금·은 등 원자재 가격까지 뛰면서 전반적인 자산 관리 시장이 강세를 보였다. 미국 증시는 인공지능(AI) 기대를 앞세워 고점을 경신했고 한국 증시도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 속에 투자 심리가 대폭 개선됐다. 귀금속과 가상자산 역시 상승 흐름을 타며 위험 자산 전반에 대한 선호가 확산됐다.
그렇다면 강세장 그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내년 자산 관리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서울경제신문은 19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을 대표하는 프라이빗뱅커(PB)에게 내년 전략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금리 인하 기대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정책 전개 속도와 환율, 정치 일정 등 변수의 밀도가 높아질 수 있는 만큼 방향성에 베팅하기보다 안정적인 자산 배분 구조를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美 중간선거 이후 정책 주목해야=조한조 NH농협은행 NH All100자문센터 시장분석전문위원은 “내년에는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변동성이 증가할 수 있다”며 “특히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에 긍정적인 견해를 가진 친(親)도널드 트럼프 성향의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미국 금리 인하로 달러 약세가 예상되지만 원·달러 환율은 구조적 달러 선호 현상 등의 영향으로 원화 강세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AI·반도체의 기술과 가상화폐 산업의 방향성도 주요 변수로 제시됐다. ‘AI 거품론’이 대두된 상황에서 수익성을 비롯해 기술 발전 속도를 입증해야 할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김도아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은 “첨단기술 산업의 구조적 성장 지속성과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 확대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적립식 분산투자로 변동성 대비=올해 증시가 급등한 만큼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는 상품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주를 이뤘다. 정성진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내년과 같이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에서는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적립식으로 나눠 투자하는 방식이 유효하다”며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일부 이익을 실현하고 다시 적립식으로 재투자하는 전략이 변동성 장세를 버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우성 신한은행 신한패밀리오피스 서울센터 PB팀장은 “한껏 높아진 증시가 부담스럽다면 주식과 채권, 그리고 금과 같은 실물자산까지 알아서 배분해주는 자산 배분 투자 상품을 고려할 때”라며 “펀드매니저의 전문적인 운용 능력을 빌려 급변하는 시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점이 자산 배분 투자 상품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금·은 가격에 유리한 환경은 지속=올해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던 금이나 은에 대해서는 ‘고점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포트폴리오에 편입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았다. 정 부센터장은 “금리 인하가 더 진행되면서 실질 금리가 서서히 내려가는 방향이어서 금 가격에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선반영된 만큼 급등보다는 고점권 내에서 박스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은에 대해서는 “귀금속이면서 동시에 태양광·전자·배터리 등 산업 수요 비중이 높아 글로벌 제조업과 설비 투자 흐름에 민감하다”며 “중장기 수요는 견조하겠지만 단기 변동성은 금보다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희윤 하나은행 분당PB센터 Gold PB부장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달러 약세 전망, 중앙은행의 금 매입 수요를 감안하면 금은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높이는 보완 자산으로 유효하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 비중은 60% 아래로=한편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제도권 편입 흐름을 인정하면서도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변동성 관리를 최우선으로 삼는 은행권 PB의 특징으로 풀이된다. 김 지점장은 “제도권 편입으로 접근성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고위험 자산인 만큼 장기 관점에서 제한적인 비중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제시한 내년도 자산 배분 전략을 살펴보면 5명 중 4명이 주식 비율을 60%보다 낮게 가져가는 전략을 추천했다. 대외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 올해 강세로 변동성이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주식 비중을 60%로 제시한 조 전문위원도 “주식형 상품의 변동성 리스크에 대비해 국내는 배당주, 해외는 우량주에 투자하는 상품도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넣어야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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