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인공지능(AI) 테마 상품이 20개 이상 출시되며 선택지가 늘어났지만, 성과는 상품 구조에 따라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로봇과 핵심 반도체 중심 ETF는 상대적으로 선전한 반면, 전력 인프라와 중국 AI 테마 ETF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기준 AI 테마 ETF 중 최근 1개월 수익률 상위권에는 ‘RISE AI로봇(15.47%)’, ‘HANARO 글로벌피지컬AI액티브(3.59%)’, ‘ITF K-AI반도체코어테크(2.85%)’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상품은 공통적으로 AI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과 매출로 연결되는 핵심 영역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AI 산업이 제조·물류·자동화 등 실물 산업으로 확장되는 국면에 접어들면서 로봇과 자동화는 가장 직접적인 수혜 영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육동휘 KB자산운용 ETF상품마케팅본부장은 “AI 테마 ETF 내에서도 실적 가시성이 높은 영역을 중심으로 한 상품들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로봇·물리적 AI, AI 핵심 반도체와 같은 분야는 AI 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영역으로, 단기 변동성 국면에서도 차별화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근 한 달 수익률이 가장 저조한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6.6%)는 AI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공정 기술과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단기적으로는 대형 반도체 주도주 대비 변동성이 크고 설비 투자 사이클과 정책·경기 변수에 민감한 구조라는 한계가 있단 분석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AI 거품론이 재부각되며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AI 투자 기대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된 상황에서 중소형 소부장 기업들은 대형 반도체주보다 조정 국면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금리와 정책,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KoAct AI인프라액티브(-5.38%)’, ‘TIGER 미국AI전력SMR(-5.14%)’ 등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4분기 들어 AI 투자심리 조정과 주도주 손바뀜(로테이션)이 나타났다”며 “그 결과 후행 밸류체인 상품과 최근 상장 상품의 누적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AI 테마 ETF의 부진도 뚜렷하다. 최근 한 달 수익률 하위권에는 ‘PLUS 차이나AI테크TOP10(-5.69%)’, ‘TIGER 차이나AI소프트웨어(-5.33%)’ 등 중국 AI 관련 ETF도 포함됐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중국은 연초 딥시크 이후 형성됐던 AI 모멘텀이 가라앉으며 소프트웨어 관련주가 조정을 받았다"며 "내년 강력한 소비 부양책을 예고한만큼 AI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성과 격차를 AI 산업 자체의 위축 신호로 보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AI 거품론 역시 과도한 기대가 선반영된 종목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하나증권 강재구 연구원은 “AI 인프라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훼손한 브로드컴 급락의 원인은 수요 악화라기보다는 공급 병목 문제에 따른 실적 가시성 저하로 판단한다”며 “이 과정에서 공급망을 선점한 엔비디아의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되고,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나 인텔과 같은 대체 파운드리의 필요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AI·반도체 업종 투자 심리의 추가 분기점으로는 18일(현지시간) 마이크론 실적 발표가 꼽힌다. 오라클과 브로드컴 실적 발표 이후 AI 투자 과열에 대한 경계감이 오히려 재점화된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향후 AI 관련 주가 흐름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중요 분기점으로 꼽았던 브로드컴 실적이 실망감으로 전환되며 반도체 업종 전반의 주가 하락이 이어졌다”며 “마이크론 실적은 AI 관련 반도체 수요가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지표로, 향후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ymjeong@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