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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의 습격’…물가 급등 부추겨 서민·中企부터 타격

■11월 수입물가지수 2.6% 올라

LNG 등 원재료·소비재 줄줄이 ↑

산업계 직결 중간재도 3.3% 상승

소비자물가에 전이…2.4% 뜀박질

전문가 “경기회복 발목 잡을수도”

12일 서울의 한 마트에 진열된 원두커피를 소비자가 살펴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지난달 수입 물가는 1년 7개월래 최대 폭으로 올랐다. 뉴스1




중국·베트남 등에서 펄프를 수입해 키친타올을 만들어 미국 등에 수출하는 중소기업 대표 A 씨는 11월 수출이 지난해보다 50%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가뜩이나 비싼 원자재 수입 가격이 더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수입 물가 상승은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전이되는 만큼 서민들의 생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40대 직장인 B 씨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랐다고 통보를 받아 이자 부담이 늘었는데 물가도 뛰니 버는 돈이 줄줄이 새 나가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11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는 141.82로 전월(138.19) 대비 2.6% 올랐다. 상승률은 지난해 4월(3.8%)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수입 물가를 밀어올린 주 요인은 단연 환율이었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57.77원으로 전월(1423.36원) 대비 2.4%나 급등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4.6%나 상승한 수치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수입 물가 상승률은 원화 기준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하락했음에도 환율의 영향으로 상승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제 원자재 시장의 흐름은 안정적인 편이다. 우리나라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월평균 가격은 11월 배럴당 64.47달러로 전월보다 0.8%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1.2%나 떨어진 수준이다. 통상 유가 하락은 수입 물가 안정 요인이지만 원화 가치가 훨씬 더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가격 하락분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있다.

용도별로 살펴보면 원재료와 중간재·소비재가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원재료는 광산품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2.4% 상승했다. 특히 겨울철 난방 수요와 맞물린 천연가스(LNG)가 3.8% 오르며 상승세를 주도했고 원유도 1.6% 상승했다. 농림수산품 수입 물가도 들썩였다. 쇠고기가 전월 대비 4.5%, 전년 동월 대비로는 15.4%나 급등했다. 이는 고스란히 외식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계의 비용 부담과 직결되는 중간재는 전월 대비 3.3% 올랐다. 구체적으로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가 8.0%, 1차 금속제품이 2.9% 상승했다. 세부 품목별로는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 등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플래시메모리가 전월 대비 23.4% 폭등했고 알루미늄 정련품(5.1%), 동정련품(3.5%) 등 주요 산업용 원자재 가격도 강세를 보였다.

소비재 역시 전월 대비 1.8% 오르며 가계 지갑을 위협하고 있다. 기호식품인 초콜릿 수입 가격이 카카오 작황 부진 등의 여파로 5.6% 올랐고 가전제품인 가정용 전자레인지(2.5%), 에어컨(2.6%) 등도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문제는 이 같은 수입 물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국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전이된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8월 1%대로 내려앉았다가 9월 이후 다시 오름폭을 키웠고 10월과 11일 모두 2.4%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내년 초 물가 쇼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경제의 엔진인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11월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는 139.73으로 전월(134.70) 대비 3.7% 상승하며 5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7.0%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고환율로 야기된 물가 불안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145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이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유발해 기업의 생산 비용을 높이고 결국 소비자 가격 전가로 이어져 서민들이 생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입 물가가 올라가면 국내 물가도 같이 올라가 사람들이 소비를 덜 하게 돼 성장이 둔화가 될 수 있어 성장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등 물가 안정 대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대외 변수인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 흐름을 제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 교수는 “환율 리스크 관리가 향후 한국 경제의 연착륙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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