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임대보증금 부채가 사상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집값 상승으로 가계의 평균 자산은 증가했지만 취약 계층의 자산은 오히려 감소해 불평등 지표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최악 수준을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와 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은 올해 3월 말 기준 5억 6678만 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4억 2988만 원으로 5.8% 늘었고 금융자산이 1억 3690만 원으로 2.3% 증가했다.
소득 5분위 가구(상위 20%)의 평균 자산은 13억 3651만 원으로 1분위 가구(하위 20%·1억 5913만 원)의 8.4배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해(7.3배)보다 격차가 1배 이상 더 커졌다. 소득 5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전년 대비 8.0% 증가한 반면 소득 1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도리어 6.1% 감소한 탓이다. 서울 등 수도권 중심의 집값 상승세가 자산 불평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 격차는 이보다 더 벌어졌다. 순자산 5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17억 4590만 원으로, 1분위 가구(3890만 원)의 44.9배에 달했다. 역시 지난해(42.1배)보다 격차가 더 커졌다. 이에 따라 순자산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0.625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0.014 상승해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산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완전 불평등에 가깝다는 의미다.
김현기 국가데이터처 복지통계과장은 “고분위 계층의 순자산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크게 늘어난 반면 1분위 등 저분위 계층의 순자산 보유액은 감소하면서 지니계수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가구당 평균 부채는 3월 말 기준 9534만 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특히 임대보증금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가구의 평균 부채 중 금융부채는 6795만 원으로 2.4%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임대보증금은 2739만 원으로 전년 대비 10%나 급증해 사상 최고 증가 폭을 나타냈다. 김 과장은 “전세가격이 평균적으로 3.4% 상승한 데다 전세 기피 현상 등으로 월세 가구 수가 증가하면서 보증금 총액 규모 자체가 커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부채 중 임대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8.7%에 달해 전년 대비 1.4%포인트 확대됐다.
세대 간 소득 격차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구주 연령대별 소득 증가율을 살펴보면 경제 허리인 50대(5.9%)와 40대(2.7%)는 소득이 늘었으나 사회 초년생이 포함된 39세 이하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1.4%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청년층은 자산 형성 과정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39세 이하 가구의 자산은 전년 대비 0.3% 감소한 3억 1498만 원을 기록해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자산이 줄었다. 다만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경우 공적 이전소득 증가 등에 힘입어 상대적 빈곤율이 39.8%에서 37.7%로 개선되는 등 분배 지표가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빚 부담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된 점을 감안하면 이자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비율은 64.3%에 달했다. 이는 전년보다 0.8%포인트 소폭 감소한 수치이지만 여전히 10가구 중 6가구 이상이 빚 갚느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실정이다.
1년 후 부채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 가구들의 주된 이유는 ‘생활비 마련(28.6%)’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10.1%포인트나 급증한 수치로, 높아진 물가로 인해 빚내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 불황형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위한 정책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확대하는 등 구체적인 정책 과제를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prize_yun@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