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여파 속에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 넘게 상승하며 석 달 연속 2% 선을 넘어섰다. 이 기간 국제유가는 떨어졌지만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하락)해 석유류 가격이 뛰었고 수입산 먹거리 가격까지 들썩이면서 체감물가를 끌어올렸다. 특히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 10월에 이어 두 달 연속 2.4% 상승했으며 9월(2.1%) 이후 석 달 내리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목표(2.0%)를 넘겼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2.9% 올라 지난해 7월(3.0%)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나타냈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5.9% 뛰며 전체 물가를 0.23%포인트 끌어올렸다. 이는 올해 2월(6.3%)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각각 10.4%, 5.3% 오르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국제유가(두바이산 기준)는 11월 기준으로 11.1% 하락했지만 유류세 인하 폭 축소와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커졌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류 특성상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0월 원·달러 환율이 약 4.6% 상승하면서 수입 단가를 밀어 올렸다”고 분석했다.
고환율 충격은 에너지에만 그치지 않고 식탁물가인 농축수산물 가격도 뒤흔들었다. 11월 농축수산물 가격은 5.6% 오르며 지난해 6월(6.5%)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거나 원양어업 비중이 큰 수산물의 오름세가 가파르다. 국민 생선인 고등어는 13.2%, 갈치는 11.2% 가격이 뛰었다.
축산물 중에서도 수입 사료 비중이 높은 돼지고기(5.1%)와 국산 쇠고기(4.6%) 가격이 강세를 보였고 수입 과일인 망고와 키위 가격도 환율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는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재료를 사용하는 공업 제품 등도 시차를 두고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혜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직접 수입하는 원재료가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수입 원재료를 중간재로 쓰는 제품인 내구제 등도 시차는 있지만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물가에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심의관도 “중장기적으로는 가공식품·외식 물가도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내 농산물 역시 기후 악재를 피하지 못했다. 10월까지 이어진 잦은 비와 고온 현상 탓에 채소류 가격 하락 폭은 줄어든 반면 과실류 가격은 폭등했다. 귤 가격은 출하 지연 등의 여파로 26.5%나 치솟았고 사과(21.0%)와 쌀(18.6%)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과일과 쌀 등은 기상 여건 악화에 따른 생산 감소와 기저 효과 등이 맞물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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