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 제조를 필두로 전사 인공지능(AI) 전환을 위해 디지털트윈센터 등 관련 조직을 신설했다. 엔비디아로부터 확보한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장을 활용해 본격적인 제조 AI를 구현할 최전방 조직을 구축한 것이다. 아울러 D램과 낸드 개발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조직을 만들어 기술 경쟁력 재건에 속도를 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인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날 열린 임원 설명회에서 글로벌 제조 인프라 총괄 산하에 ‘디지털트윈센터’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트윈’이란 실제 제조 인프라를 디지털 세계로 옮겨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운영 방안을 수립하는 기술이다. 더불어 반도체 사업을 맡는 DS부문 선행연구 조직인 ‘SAIT’ 산하에는 ‘아이디에이션 팩토리 태스크포스(Ideation Factory TF)’ 조직도 만든다.
신설 조직들은 반도체 사업부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AI 팩토리’ 전략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AI팩토리는 설계·공정·운영 등 반도체 생산 전 과정에 AI를 적용해 제조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개념이다. 두 신설 조직은 향후 확보할 GPU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과 함께 엔비디아의 디지털트윈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을 활용해 제조 혁신을 최전방에서 이끌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 년 간 설계 자동화(EDA) 기업, 대학 등과 협력해 제조 AI 전환을 추진해왔는데 앞으로 수 년에 걸쳐 5만 장의 GPU를 확보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제조 기업 중 최고 수준의 컴퓨팅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반도체 사업부는 기존 D램과 낸드 개발 조직을 총괄하는 ‘메모리 개발 담당’도 새로 만든다. D램 개발과 낸드 개발을 총괄할 메모리 개발 담당은 일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경쟁력 강화에 장애물로 꼽혔던 부서·제품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공통 기술·공정을 공유해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 겸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D램과 낸드는 설계 구조 등 일부 측면에서는 다르지만 공정 부문에서는 겹치는 부분도 상당히 많다”며 “삼성의 기술 경쟁력이 약화된 데는 일각에서 부서 간 칸막이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의식해 구성원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또 SK하이닉스에 밀리는 것으로 평가받던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위해 지난해 7월 최정예 인력으로 꾸렸던 D램 개발실 산하 HBM개발팀은 해체한다. 차세대 제품인 6세대 HBM(HBM4)이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이 확실시되는 등 급한 불을 끈 만큼 해당 인력들은 향후 조직 재편에 따라 미래 기술 연구에 투입될 예정이다.
전 부회장은 이날 임원들에게 긴장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니라며 “경쟁력 회복을 위해 위기의식을 늦추지 말고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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