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입점 셀러들에게 정산금을 지급하지 못해 논란을 빚은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이 회생과 파산의 갈림길에 놓였습니다. 서울회생법원이 발란에 대한 회생계획안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한 달 가량 미루면서 동의율 확보가 다소 순조롭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당초 이달 20일 진행하려던 발란에 대한 회생계획안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다음달 18일로 연기했습니다. 사유는 부인권 행사 명령에 따라 회생계획안 수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인권이란 채무자가 회생절차 개시 전 재산 처분이나 변제 등을 행한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이를 취소시키는 권한을 뜻합니다. 채무자가 일방적으로 재산을 처분하거나 변제해 채권자 전체가 공평하게 변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채무자가 앞서 특정 채권자에게만 임의로 빚을 갚는다면 이로 인해 다른 채권자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겠다는 의도입니다.
발란의 경우에는 회생 절차 개시 전 일부 대부업체 등에 약 35억 원의 대여금 채권을 변제한 점을 채권자들이 문제 삼으며 부인권 행사 명령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법원이 이 같은 신청이 합당하다고 판단해 받아들이고, 부인권 행사 명령 관련 내용을 회생계획안에 반영할 것을 지시하면서 관계인집회 일정도 함께 미뤄졌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일정을 연기하면서까지 부인권 행사 명령을 내린 것은 회생계획안 승인에 필요한 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회생계획안이 승인되기 위해서는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3 이상,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해 부결될 경우 회생절차는 폐지되고 파산 또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됩니다. 다만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직권으로 강제인가를 내릴 수도 있습니다.
발란이 당초 예정됐던 관계인집회 날짜 전에 이 같은 동의율을 확보했다면 법원이 굳이 부인권 행사 명령 내용이 반영되도록 회생계획안 수정을 지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반면에 부인권 행사로 추후 35억 원이 회수될 경우 신속한 변제나 변제율 인상이 가능해지는 만큼, 이를 회생계획안에 반영시키도록 해 채권자들로부터 보다 높은 동의를 받게 하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결국 이번에 수정될 회생계획안이 채권자의 동의를 얼마나 더 이끌어낼 지가 발란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발란 인수가격은 22억 원으로, 변제율은 5%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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