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 정현호 부회장이 7일 용퇴했다. ‘그룹 2인자’로 불리던 그의 퇴진은 이 회장이 그리는 ‘뉴삼성’ 비전 실현을 위한 전면 쇄신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이번 용퇴가 연말 사장단 인사의 본격적인 세대교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용퇴는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사내 공유조차 6일까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 부회장은 이재용 회장에게 직접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오전 회의에서 용퇴 사실을 공식화하고 후속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즉각 후임자인 박학규 사장에게 집무실을 인계하며 퇴임 절차에 들어갔다.
정 부회장은 2017년 옛 미래전략실 해체 후 신설된 사업지원TF 수장을 맡아왔다. 그는 지근거리에서 이 회장을 보좌했다. 이 회장이 2017년과 2018년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총 1년 6개월가량 수감됐던 시기 정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의 주요 의사 결정을 총괄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지원TF는 과도한 권한 집중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반도체 실적이 급락하자 재무통인 정 부회장이 기술 경쟁력을 소홀히 했다는 책임론도 불거졌다.
용퇴 시점은 절묘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매출 86조 원을 달성하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주가 역시 10만 원을 돌파해 상장 이래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지금이 결단의 적기라고 판단한 셈이다. 삼성그룹의 사장단 정기 인사는 이르면 이달 중순 단행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의 용퇴로 임시조직이던 사업지원TF가 '사업지원실'로 상설 격상됐으며 이는 계열사 전반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의 퇴진을 두고 후배 경영진에게 길을 터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재계는 이번 인사를 '이재용 원톱 뉴삼성'의 공식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 이 회장이 그룹 장악력을 높이고 본격적인 책임 경영에 나선다는 의미다. 신설된 사업지원실은 박학규 사장을 중심으로 사실상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신사업 발굴과 대형 인수·합병(M&A) 추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 부회장의 퇴진으로 핵심 경영진의 연쇄 용퇴와 함께 연말 인사에서 1970년대생 기수들이 약진하는 대규모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측근이 물러나면서 경영진 쇄신의 명분이 섰다”며 “제2 도약을 위한 전면적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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