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부스트 창업 전) 우리의 가장 큰 지원군은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으로 10여 명의 연구자에게 5년 이상 지원하는 유일한 사업이었습니다.”(김장우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삼성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미래기술육성사업 성과를 외부에 공개했다. ‘기술 중시’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12년간 이어진 민간 연구개발(R&D) 지원 성과를 공유하고 학계와 업계 전문가가 협력하는 장을 활짝 열었다.
삼성은 7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미래기술육성사업 2025 애뉴얼 포럼’을 개최했다. 단순 연구비 지원을 넘어 기술 사업화까지 전 주기를 도와 코스닥 상장기업까지 배출한 성과를 공유했다. 애뉴얼 포럼은 2014년부터 매해 비공개로 열렸지만 기술 교류의 폭을 확장하기 위해 올해부터 공개로 전환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2013년 4월 1조 5000억 원의 기금으로 출범했다. 민간 주도로 기초과학 연구를 지원한 첫 사례였다. 당시 취약하다고 평가받던 기초과학과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과제를 선정해 지원했다. 과제 선정 작업은 학계 전문가에게 100% 위임했다. 김성근 포스텍 총장은 “관리의 삼성이라지만 과제 선정에서는 철저히 관리가 없었다”며 “미래기술육성사업이 성과를 낸 배경 중 하나”라고 평했다.
12년간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에 선정된 연구 과제는 총 880개, 투입된 연구비는 1조 1419억 원이다. 지금까지 91개 기관 1만 6000여 명의 연구 인력이 지원을 받았다. 교수 1200여 명과 이공계 대학원생 1만 4000여 명에게 실험 장비와 재료비 등을 지원했다.
성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65개 연구 과제가 창업으로 이어졌다. 올 7월에는 코스닥 상장 기업도 탄생했다. 윤태영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가 창업한 신약 플랫폼 ‘프로티나’가 주인공이다. 2014년부터 5년 동안 지원을 받아 신약후보물질 고속 스크리닝 플랫폼 기술의 기초를 다졌다. 프로티나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서울대 연구진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반 항체 신약 개발 관련 국책과제의 주관 연구기관으로 최근 선정되기도 했다.
삼성전자(005930) 제품에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 기술이 활용되는 사례도 나왔다. 김재경 KAIST 교수의 생체시계 수학적 모델링 연구는 ‘AI 수면코치’ 기능으로 발전해 갤럭시 워치8에 탑재됐다. 김장우 교수는 AI 데이터센터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시스템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2022년 망고부스트를 창업해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 중이다.
올해 신설된 미래과학기술 포럼에서는 총 64개 주제 발표가 이뤄졌다. 기초과학 4개 분야와 공학 6개 분야 관련 50개 과제 발표가 진행됐다. 삼성과 학계 전문가가 공동 선정한 ‘10대 유망기술’과 ‘기초과학 분야 AI 활용’ 관련 14개 특별 세션도 열렸다. 10대 유망기술에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스마트 열관리 솔루션, 대체에너지, AI 기반 배터리, 디지털 헬스케어, AI 기반 바이오 치료제, 휴머노이드 로봇, 포스트 휴먼 등이 포함됐다.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연구자들이 연구에 전념하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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