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매몰된 작업자들의 구조 소식은 들려오고 있지 않다. 소방 당국은 복잡한 내부 구조와 2차 붕괴 위험성으로 인해 내시경과 음향탐지기 등 최신 장비를 총동원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매몰 위치와 생존 여부를 확인했던 피해자마저 끝내 사망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7일 김정식 울산남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화력발전소 사고 현장에서 진행한 브리핑을 통해 이날 오전 7시 33분과 8시 44분, 8시 52분 연속으로 보일러 타워 정면 기준 오른쪽 구역(B구역)에서 구조 대상자 3명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중 2명은 구출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소방 당국은 나머지 1명에 대해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미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앞서 전날 사고 현장에서 먼저 발견된 2명 또한 모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유일하게 의식이 있었던 44세 작업자는 팔 부위가 무너진 잔해에 끼어 구조를 기다리던 중 심정지가 왔고 이날 오전 4시 53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다른 작업자 1명 역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까지 피해 작업자 9명 중 2명은 구조, 3명은 사망, 2명은 사망 추정, 2명은 소재지 미확인 상태다. 구조된 2명은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아직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작업자 2명을 찾고 있지만 내부로 진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장 내부에 철근이 뒤엉켜 있으며 석면과 유리섬유 등 잔해까지 겹쳐 진입 공간 확보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구조대원들은 직접 진입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잔해들을 치우며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김 과장은 “구조 여건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람이 기어가기도 힘들 정도에 위치해 있어 구조 작업에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무너진 보일러 타워가 재차 붕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다 사고가 난 보일러 타워 5호기 양 옆에 있는 보일러 타워 4·6호기 또한 무너질 위험이 있다. 소방 당국은 당초 4·6호기의 안정화 작업을 진행해 안전을 확보한 뒤 구조 작업을 이어나갈 방침이었지만 추가 붕괴 위험 신호가 포착돼 이를 보류했다. 소방 당국은 열화상 카메라와 음향탐지기·내시경 등 최신 장비와 구조견을 투입해 나머지 매몰자 2명을 수색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 등은 이번 사고가 철거를 위해 구조물 기둥을 자르는 과정에서 하중이 한쪽으로 쏠려 무게중심이 무너져 발생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작업 중 구조물이 외부의 충격을 받고 뒤틀려 건물 자체가 넘어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철거 과정에서 안전 관리가 잘못 되거나 건축물 설계도를 중심으로 철거 순서를 맞추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중앙사고수습본부 2차 회의를 열고 구조 방법과 피해자 지원 방안 등을 모색했다. 이날 회의에는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소방청·경찰청·울산시청 등 관계 기관이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한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사망한 작업자들의 유족에게 위로를 전하며 “지방정부는 가족들을 지원하고, 보건복지부와 안전보건공단은 트라우마센터 운영을 통해 부상자와 사고 목격자에 대한 심리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매몰된 노동자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소방청을 중심으로 관계 기관들이 구조 작업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발전소 건설 및 해체 등 비슷한 현장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울산경찰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울산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팀은 과학수사계·디지털포렌식계 등 경찰관 70여 명으로 꾸려졌다. 향후 전담팀은 철거 작업을 수주한 HJ중공업 등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여부와 철거 작업 담당 업체들의 원하청 계약 관계, 작업 내용,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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