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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정치인 앞에서 작아지는 경찰

■ 채민석 사회부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선우 무소속 의원을 둘러싼 ‘공천 헌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핵심 증거 확보에서도 뒤처지며 또다시 ‘정치권 앞에서 작아지는 경찰’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수사기관 재편 흐름 속에서 스스로 역량을 입증할 기회였지만 결과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은 11일 강 의원에게 공천을 대가로 1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김경 서울시의원을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불러 조사했다. 오후 11시 10분에 시작된 조사는 3시간 반 만인 12일 오전 2시 45분께 종료됐다. 경찰은 “시차 문제와 늦은 시간 탓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피의자가 건강상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행사장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였던 김 시의원에게 과도한 배려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공천 헌금 관련 녹취록이 공개된 지 약 2주 만에 강 의원과 김 시의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미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시의원은 미국 체류 중 텔레그램을 탈퇴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늑장 수사로 핵심 증거가 유실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금품 수수 사실을 인지하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 의원에 대한 강제수사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그간 현직 국회의원이 연루된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수사 공회전을 보여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4개월간 수사한 이춘석 무소속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뒤 불과 보름 만에 재수사 통보를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경찰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해명도 이제는 설득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청 해체 이후 더 큰 수사권을 갖게 될 경찰로서는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늑장 수사나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철저한 수사로 극복하겠다”는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의 발언이 실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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