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과 가시광선을 번갈아 가며 쬐어 세포를 죽이는 기술이 나왔다. 빛 파장에 따라 결합력이 달라지는 분자를 이용한 기술이다. 피부암과 같은 표재성 암 치료 원천 기술이나 생명 과학 연구를 위한 분자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유자형 교수팀은 빛의 파장에 따라 조립과 분해를 반복할 수 있는 광 스위치 분자인 ‘Mito-AZB’ 분자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분자는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 축적돼 미토콘드리아 막에 반복적인 압력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세포 자살(apoptosis)을 유도할 수 있다. 가시광선(450nm파장)을 받으면 분자끼리 조립돼 단단한 섬유구조를 만들었다가 자외선(350nm파장)을 받으면 이 섬유구조가 분해되는 분자 특성 덕분이다. 이 섬유구조 유무에 따라 미토콘드리아 막 표면은 마치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듯한 물리적 스트레스로 손상되는데, 손상된 막 사이로 미토콘드리아 안에 들어있던 세포자살 유도 물질들이 세포질내로 흘러나와 세포가 죽게 된다.
실제 실험 결과, 이 분자를 세포에 주입한 뒤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번갈아 쬐자 세포 미토콘드리아 막 전위가 붕괴되고, 활성산소와 세포 사멸 신호 단백질과 같은 자살 유도 물질이 세포 내에서 급격히 증가해 있었다. 또 형광 현미경으로 봤을 때, 분자가 세포 미토콘드리아 주변에 축적된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세 가지 성분을 조합해 이러한 분자를 개발했다. 세포 안에서 미토콘드리아를 찾아가는 ‘길잡이’ 성분, 빛에 따라 구조가 변해 결합력을 바꾸는 아조벤젠 성분, 그리고 형광 염료다. 형광 염료는 형광 현미경으로 분자의 이동과 조립 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집어넣은 물질이다.
개발된 분자의 길잡이 성분을 다른 물질로 교체하면 또 다른 세포 내 소기관을목표로 삼을 수도 있다. 연구팀은 분자의 길잡이 성분을 리소좀을 겨냥하는 ‘모폴
린’이나 소포체를 겨냥하는 ‘토실기’로 교체해 각각 리소좀과 소포체 막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리소좀은 세포 내 노폐물을 처리 담당하는 소기관이고, 소포체는 단백질 합성과 이동이 이뤄지는 세포 소기관이다.
유자형 교수는 “빛이라는 외부 자극으로 세포 안에서 분자들의 조립 상태를 인위적으로 바꾸고, 그에 따른 세포의 반응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빛을 직접 비출 수 있는 피부암 등 표재형 암 치료는 물론, 세포 소기관의 기능을 잠시 멈추거나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세포 소기관의 기능을 규명하는 기초 연구의 분자 도구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 (Nano letters)에 지난 10월 8일 출판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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