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에도 제롬 파월 의장의 12월 통화정책 신중론에 장중 상승폭을 반납했다.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전날 민관과 함께 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덕분에 사상 처음으로 5조 달러(약 7100조 원)를 돌파했다.
29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4.37포인트(0.16%) 내린 4만 7632.00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30포인트(0.00%) 내린 6890.59에, 나스닥종합지수는 130.98포인트(0.55%) 오른 2만 3958.47에 가각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기술주 가운데서는 엔비디아가 2.99% 급등한 것을 비롯해 애플(0.26%), 아마존(0.46%), 메타(0.03%), 구글 모회사 알파벳(2.65%), 브로드컴(3.49%), 테슬라(0.21%) 등이 강세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0.10%), 넷플릭스(-0.19%) 등은 약세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기대에 장초반 일제히 상승세로 출발했다. 실제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시장 예상대로 기존 4.00∼4.25%에서 3.75∼4.00%로 내리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회의에서 0.25%포인트를 내린 데 이어 연속 두 차례 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뒤로는 두 번째 금리 인하다.
연준은 FOMC 발표문에서 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 “올 들어 고용 증가세는 둔화됐고 실업률은 다소 상승했지만 8월까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올해 초보다 높아졌고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몇 달간 고용 측면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한다”며 지난달과 비슷한 경기 진단을 내놓았다.
연준은 또 보유자산을 줄이는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 종료 시점을 오는 12월 1일로 제시했다.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한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중은행 시스템의 예치금(준비금)을 흡수하는 통화정책이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통화를 공급하는 양적완화는 그 반대 개념이다.
문제는 그 직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에서 불거졌다. 파월 의장은 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늘 회의에서 위원 간 강한 견해차가 있었다”며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금융시장이 12월 연준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 데 대해서도 다시 한 번 “12월 추가 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그것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12월에 금리 동결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날 결정에는 위원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명으로 지난달 취임한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가 직전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빅컷(0.5%포인트 인하)’ 의견을 냈고,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 의견을 냈다. 올해 FOMC 회의는 12월 9∼10일 한 차례 더 남아 있다. 미국 국채 금리도 파월 의장 발언의 여파로 급등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대로 올라갔다. 채권 가격은 올라간 금리 만큼 떨어졌다.
이날 증시에서는 엔비디아의 시총이 5조 달러를 돌파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엔비디아는 이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총을 5조 311억 달러까지 불렸다. 지난 7월 10일 4조 달러 벽을 최초로 넘어선지 불과 3개월여 만에 1조 달러를 더 불렸다. 뉴욕 증시에서 시총 5조 달러를 넘은 기업은 역사상 엔비디아가 처음이다. 시총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4조 254억 달러)보다 1조 달러 이상 많은 수준이다.
시총 5조 달러는 세계 3위 경제대국인 독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규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독일의 명목 GDP가 5조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기업 가치는 네덜란드, 스페인, 아랍에미리트(UAE), 이탈리아, 폴란드 증시 전체 시총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
엔비디아가 이날 강세를 보인 것은 전날 워싱턴DC에서 개최한 개발자 행사(GTC)에서 AI 관련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가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개최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 자리에서 “미국 에너지부가 엔비디아와 협력해 새로운 AI 슈퍼컴퓨터 7대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슈퍼컴퓨터는 양자컴퓨터 기반으로 구성되며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들인 아르곤 국립연구소와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 설치된다. 이들 연구소가 핵무기와 핵에너지 관련 연구도 수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가 미국 국방·에너지 분야의 핵심 연구에 적용되는 셈이다. 황 CEO는 “국가 역량을 에너지 성장 지원에 투입한 것은 완전한 게임체인저(상황 전개를 바꾸는 지점)였다”며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또 핀란드의 통신장비 회사 노키아의 6세대(6G) 기지국에 자사 칩을 탑재해 전력 효율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도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이와 관련해 노키아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2.9%를 확보할 방침이다. 황 CEO는 “통신망은 모든 산업의 척추”라며 “미국이 6G 통신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CEO는 최고 사양 AI 반도체인 ‘블랙웰’과 ‘루빈’의 매출액이 올해에만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도 소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나아가 엔비디아가 곧 이어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그룹 등에 칩을 공급하는 계약을 잇달아 체결할 예정인 점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부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점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
국제 유가는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더 크게 감소했다는 소식에 강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33달러(0.55%) 오른 배럴당 60.48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의 상업용 원유 재고가 686만 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0만 배럴 감소’를 크게 웃돈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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