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등에 대해 검찰이 항소했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잘못 해석했다며 항소심 판단을 다시 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그러나 1심 재판부가 검찰의 ‘별건 수사’를 강하게 질타했음에도 항소를 강행한 것은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은 28일 “카카오가 SM 인수를 위해 시세 고정 등 불법 수단을 동원해 하이브의 합법적 공개매수를 방해하고,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오인한 일반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다”며 김 센터장을 포함한 피고인 전원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 항소하지 않으면 판결이 확정되는데, 검찰은 기한 마지막 날까지 고심 끝에 항소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남부지법 형사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공개매수를 저지하거나 시세조종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고, 주가 상승에 대비해 물량을 확보하려는 매집이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막기 위해 인위적인 시세 유지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카카오 내부 메시지와 통화 녹음에는 주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 한 정황이 담겨 있었고 금융감독원 조사와 검찰 수사에 대비해 “검사가 질의할 내용을 외워야 한다”는 대화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를 단순한 방어 매수가 아닌 ‘시세 고정형 조작’의 증거로 보고 있다. 특히 2023년 2월 28일 하이브의 공개매수 종료일 당시 기관·개인·외국인이 모두 SM 주식을 매도하는 가운데 카카오는 약 1300억 원을 들여 105만 주를 매수했다. 전체 기타 법인 순매수의 96.7%를 차지하는 규모로, 검찰은 이 거래가 단순한 물량 확보가 아니라 주가를 유지하려는 인위적 개입이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1심 판결에서 별건 수사 압박으로 인한 허위 진술 가능성을 지적한 점을 받아들이면서도 수사 정당성을 주장했다. 검찰은 “(재판부의 지적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제도적 방지책을 마련해가겠다”면서도 “문제가 된 별건은 카카오의 SM 시세조종 사건 수사 중 관계자 휴대전화에서 핵심 증인의 다른 범죄 관련 통화 녹음을 발견해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일반적인 시세조종과 달리 경영권 분쟁과 공개매수가 얽힌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만큼 항소심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심 재판부는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3항이 금지하는 ‘일련의 매매’와 관련해 단순히 주가를 고정시키려는 목적만으로는 시세조종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주가를 실제로 왜곡하거나 움직이는 ‘이상거래 주문’이 수반돼야 불법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반면 검찰은 주가를 직접 변동시키지 않았더라도 특정 가격대를 유지하거나 시장 흐름을 왜곡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시세조종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번에도 조직 논리에 기울어 기계적인 항소를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의 기계적 상소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카카오 1심 선고 다음 날 “본건이 아닌 다른 사건으로 관련자를 압박해 진술을 얻어내는 수사는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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