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2위 석유 기업 루코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르자 해외 자산 매각에 나섰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기업이 서방 압박에 대응해 내놓은 조치 가운데 가장 중대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루코일은 27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일부 국가들이 회사에 대해 제한 조치를 도입함에 따라 해외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산 매각은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운영 종료 면허에 따라 진행 중”이라면서 “잠재적 인수자들로부터 인수 입찰 제안을 받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루코일은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 기업으로 러시아 전체 원유 생산의 약 15%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 22일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휴전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국영 석유 기업 로스네프트와 함께 제재 명단에 추가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일부 해외 사업 정리에 나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 수준의 경제적 압박만으로 러시아의 전쟁 방침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루코일의 이번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에너지 부문 제재가 상당히 빠른 효과를 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루코일은 매각 대상 자산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현재 회사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등 유럽을 포함해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이집트에서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라크 웨스트 쿠르나 2 유전은 루코일이 보유한 최대 해외 자산으로 꼽힌다.
이번 매각은 서방 제재에 대응해 러시아 기업이 취한 조치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로이터는 “루코일의 조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기업이 서방 제재에 대응해 내놓은 결정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조치”라고 진단했다.
루코일은 상당한 재정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루코일의 한 전 임원은 “이번 조치로 회사의 매출과 이익이 약 30% 감소할 것”이라며 “루코일은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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