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볼 4연패, 아모링 첫 3연승…이 맛에 EPL 보나? 혼돈의 초반 레이스, 맨유·리버풀 순위도 역전됐네

리버풀은 브렌트퍼드에 2대3 패, 맨유는 브라이턴에 4대2 승

명장 반열 슬롯, 위기의 시험대…아모링은 여론 돌려 상황 급반전

이적생 음뵈모 멀티골에 맨유 4위로, 리버풀은 6위…죽어도 선덜랜드 2위

리버풀의 네덜란드 출신 감독인 아르네 슬롯이 26일 브렌트퍼드전 패배 뒤 눈 위를 긁적이며 씁쓸해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무함마드 살라흐는 후반 44분 리그 3호 골을 터뜨렸으나 승부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AP연합뉴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후벵 아모링(오른쪽) 감독이 브라이턴전에서 교체돼 들어오는 카세미루를 격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르네 슬롯 감독의 ‘슬롯볼’ 리버풀은 4연패에 빠졌고 조롱 받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후벵 아모링 감독은 부임 첫 3연승을 지휘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은 중위권 팀에 패해 4연패 수렁에 빠졌다. 리버풀은 26일(한국 시간) 영국 브렌트퍼드의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 EPL 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브렌트퍼드에 2대3으로 패했다. 이로써 리버풀은 6라운드 크리스털 팰리스와 경기(1대2)부터 리그 4연패를 당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리그에서 4패만 당하고 우승했으나 올 시즌에는 초반에 벌써 4패를 떠안았다. EPL 직전 시즌 우승팀이 4연패를 당한 것은 2016~2017시즌 레스터 시티, 2020~2021시즌 리버풀,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에 이어 올 시즌 리버풀이 네 번째다. 또 리버풀이 리그에서 4연패한 것은 2021년 2월 이후 4년 8개월 만의 일이다.

지난 라운드 종료 시점 13위였던 브렌트퍼드를 상대로 리버풀은 제대로 우위를 점하지도 못했다. 리버풀은 6위(승점 15)로 내려앉았고 브렌트퍼드는 10위(승점 13)로 올라섰다.

EPL을 지배하다시피 하던 맨시티가 주춤한 지난 시즌 리버풀은 5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다. 맨시티의 하락세가 뚜렷해 보였기에 올 시즌은 리버풀이 42년 만의 최상위 리그 2연패를 이룰 적기로 보였다. 리버풀은 2연패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 여름 4억 5000만 파운드(약 86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에 잇따라 특급 선수들을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영입생들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1억 1600만 파운드에 영입한 미드필더 플로리안 비르츠는 공식 7경기에서 0골 0어시스트라는 기록으로 '007'이라는 굴욕적인 별명이 붙었다. 비르츠의 리그 공격 포인트는 여전히 '0'이다.

뉴캐슬에서 이적 파문을 일으키고서 입단한 스트라이커 알렉산데르 이사크는 프리시즌 훈련 부족 때문인지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리그에서 득점 없이 도움만 하나 올렸다.



여기에 지난 시즌을 포함해 총 네 차례나 EPL 득점왕을 차지한 간판 골잡이 무함마드 살라흐의 갑작스러운 노쇠화는 리버풀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33세로 손흥민(LA FC)과 동갑인 살라흐는 예년처럼 폭발적인 스피드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떠난 트렌트 알렉산더아널드 대신 오른쪽 풀백을 맡게 된 코너 브래들리와 호흡도 안 맞는다. 파괴력이 약해진 살라흐가 리버풀에 짐이 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리버풀은 살라흐를 아예 벤치에 앉힌 이달 23일 프랑크푸르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경기에서는 5대1로 대승했다. 후반 살라흐가 교체 투입된 뒤에는 골을 만들지 못했다.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슬롯 감독은 살라흐의 벤치 강등이라는 결단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살라흐는 이날 후반 44분 자신의 올 시즌 리그 3호 골을 터뜨렸으나 이미 승기는 브렌트퍼드 쪽으로 기울어진 뒤였다.

리버풀은 세트피스와 상대 역습에 실점하는 양상을 이날도 반복했다. 브렌트퍼드는 전반 5분 만에 롱 스로인에 이은 당고 와타라의 시저스킥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전반 45분 역습 상황에서는 윙어 케빈 샤데가 리버풀의 텅 빈 뒷 공간을 빠른 발로 공략해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 득점했다.

리버풀이 전반 추가시간 브렌트퍼드 수비진의 실수를 틈타 한 골을 만회했으나 브렌트퍼드는 후반 15분 이고르 티아고의 페널티킥 골로 다시 2골 차로 달아났다. 센터백 피르힐 판데이크가 앞서 무리하게 공격수를 막다가 페널티킥을 헌납했다.

슬롯 감독은 "결과와 경기력 모두 실망스러웠다. 눈앞의 증거를 숨길 수는 없다. 리버풀에서 경험한 최악의 경기였다"면서 "여름에 많은 변화를 주면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4연패까지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팀의 네 번째 골을 터뜨리는 브라이언 음뵈모(왼쪽 세 번째). 맨유 이적 후 네 골째다. AP연합뉴스

팀의 세 번째 골 넣고 환호하는 음뵈모. 1999년생 프랑스 공격수다. AP연합뉴스

맨유는 올드 트래퍼드 홈 경기에서 브라이턴을 4대2로 이겼다. 20일 거둔 9년 만의 리버풀 원정 승리(2대1)의 기세를 이었다. 포르투갈 스포르팅CP에서 지난해 11월 맨유에 부임한 아모링 감독은 취임 첫 3연승이다.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EPL 최저인 15위에 그치고 유로파리그 결승에 올랐지만 토트넘에 우승을 내준 처참했던 맨유다.

이번 시즌도 첫 6경기에서 2승 1무 3패로 신통치 않았지만 선덜랜드전 2대0 승리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날 브라이턴전에서는 마테우스 쿠냐가 1골, 브라이언 음뵈모가 멀티골을 책임졌다. 이적 공격진 중 골이 없던 쿠냐가 마수걸이 득점에 성공했고 브렌트퍼드에서 넘어온 음뵈모는 9경기 4골 1도움이다.

맨유는 5승 1무 3패(승점 16)로 4위로 올라섰다. 리버풀은 6위로 내려가고 맨유는 빅4에 진입했다. 시즌 전체 일정의 4분의 1 지점을 눈앞에 둔 EPL은 그야말로 대혼전이다. 아스널이 승점 19로 1위인데 2점 차 2위가 넷플릭스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의 그 선덜랜드다. 맨시티는 맨유와 승점이 같은 3위. 손흥민 없는 토트넘은 7위에서 1점 차로 리버풀을 위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