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리허설 중 무대 장치가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됐던 30대 성악가가 치료 중 끝내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고 발생 2년 만이다.
24일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고(故) 안영재(30) 씨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연예술노동자에 대한 산업재해 대책을 촉구했다.
단체는 “무대 장치에 깔려 하반신이 마비된 젊은 예술가가 치료 중 약물 부작용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이는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공연장 안전을 뒷전으로 한 구조적 참사”라고 지적했다.
안 씨는 2023년 3월 세종문화회관 리허설 중 400㎏이 넘는 무대 장치에 깔려 하반신이 마비됐다. 산재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었던 그는 억대의 병원비를 감당하며 치료를 이어오다 지난 21일 약물 부작용으로 숨졌다. 생전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예술인 다수가 프리랜서나 용역 계약 형태로 일하다 보니 사고가 나도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며 “공연장 운영기관이나 주최 측은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자는 법적 보호 없이 막대한 치료비를 떠안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고 이후 주최 측은 고인을 ‘개인 과실’로 몰았다”며 “위험은 노동자에게, 책임은 각자에게 전가되는 외주화 구조가 프리랜서 예술인을 안전 사각지대에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공연안전사고 사례집에 따르면, 공연장 사고의 절반 이상이 추락(37%)이나 무대장치 낙하·전도(18%)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 미준수에서 비롯된다. 단체는 “독일처럼 공연장 안전을 법적으로 체계 관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한국의 공연현장은 여전히 ‘열정’에만 의존하는 낙후된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예술인 산재보험 의무화 및 고인의 근로자성 인정 △공연예술인 안전을 위한 법제도 보완 △외주 중심이 아닌 상시고용 제작극장체제 도입 △범부처 조사위원회 구성을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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