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제 품에 아기를 안고 있으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
최근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A씨(33)는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을 땐 앞으로 임신과 출산을 하지 못할 거란 생각에 절망스러웠다"며 "엄마로서의 인생을 살 수 있게 해주신 어경진 교수님께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24일 용인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말 자궁경부암 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돼 병원을 찾았다. 조직검사 결과는 암이었다. 당시 결혼을 앞두고 있던 A씨에겐 임신 가능성이 절실했다.
어경진 산부인과 교수는 종양의 크기와 병기, 주변 침윤 여부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가임력 보존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다빈치로봇을 이용한 자궁경부절제술을 시행했다.
좁은 골반 안에서 정교한 조작이 필요한 자궁경부절제술은 로봇수술의 장점이 가장 잘 발휘되는 분야다. 고해상도 3차원 영상과 자유로운 기구 움직임 덕분에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고, 회복도 빠르다. 무엇보다 젊은 환자의 삶의 질 유지에 유리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A씨는 정기적인 추적검사를 받으며 회복에 전념했다. 그러나 인공수정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자 조바심이 났다. 시험관 시술을 준비하며 휴식기를 가졌던 A씨에게 뜻밖의 소식이 찾아왔다. 자연임신에 성공한 것이다.
자궁경부절제술 후 임신 성공률은 40~70% 수준이다. 특히 자연임신은 매우 드물다. 짧아진 자궁경부로 인해 조산 위험이 높고 만삭 출산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다. A씨는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최근 건강한 아이를 품에 안았다. 아기는 어느덧 8개월을 맞았고 A씨는 곧 5년 완치 판정을 앞두고 있다.
어 교수는 “환자가 아이를 안고 진료실에 들어온 순간을 잊을 수 없다”며 “암 완치와 출산이라는 두 개의 기적을 이룬 환자에게 오히려 제가 더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례가 젊은 자궁경부암 환자들에게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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