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이 이미 압류되거나 추심명령이 내려진 상태라도 채무자가 여전히 제3채무자를 상대로 돈을 달라고 소송을 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존에는 추심명령이 있으면 채무자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을 잃는다고 봤지만 해당 판례를 25년 만에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 건설사가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재상고심에서 이같이 판례를 변경했다고 23일 밝혔다.
A사는 공사 대금 등을 달라며 B 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911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문제는 이 채권에 대해 A사의 채권자인 C사가 추심명령을 받으면서 발생했다. 과세 당국 역시 체납액 징수를 위해 압류를 한 상태였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관해 추심명령이 내려지면 채무자는 해당 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 적격을 잃는다고 봤다. 이에 B 씨는 “A사는 당사자 적격이 없다”며 소송 각하를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통해 “채권에 관해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피압류 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 적격을 상실하지 않는다”며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추심 채권자에게는 압류 채권을 추심할 권능만 부여될 뿐 채권이 그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채무자의 권리 보호 측면을 강조했다. 이어 “채무자가 당사자 적격을 유지하더라도 추심 채권자에게 부당한 결과가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추심명령을 이유로 당사자 적격을 상실한다고 보면 소송이 장기간 진행됐거나 상고심 단계에서 비로소 추심명령이 발령된 경우에도 직권으로 소를 각하해야 하므로 그동안의 소송이 무위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당사자들에게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분쟁의 일회적 해결과 소송경제를 도모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며 “추심 채권자의 의사에도 부합하는 실무적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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