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0월 10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우리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분석되는 ‘화성-11마’를 공개했다. 앞서 같은 달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한 북한의 ‘무장장비전시회’에서 최초로 공개된 화성-11마는 기존의 SRBM에 극초음속 활공체 탄두부를 붙인 형태로 추진체가 분리된 뒤 탄두부가 활공해 날아가는 미사일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의 위력이 입증됐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서방의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군이 운영 중인 패트리엇 시스템의 러시아 미사일 요격률은 초기 30%대에서 최근 한 자릿수로 급락했다. 러시아군의 극초음속 미사일이 회피 기동을 하면서 궤도 예측이 어려워져 요격 실패가 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의 속도로 비행해 평양 부근에서 발사하면 서울까지 2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회피 기동까지 해 방어하는 입장에선 요격이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우리의 방공망을 뚫겠다고 북한이 선보인 화성-11마가 이 같은 성능을 갖춘 것으로 추정돼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미사일 방공망의 대표격은 이스라엘의 다층 방어체계 ‘아이언 돔’을 꼽는다. 지난 4월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에도 99%에 가까운 요격 성공률을 기록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과연 한국형 3축 체계 핵심 중 하나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제대로 막아낼 수 있을까. 한국의 방공망 체계는 어떤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 이스라엘과 비교해봤다.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체계는 ‘아이언 돔’, ‘다비즈 슬링’, ‘애로우 2·3’으로 구성된 3중 방어망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 시스템의 구분은 고도 및 사거리에 따른 역할로 나눠진다.
통상적으로 고도에 따른 분류는 우선 ‘저고도 방어’(LAMD)가 있다. 박격포탄와 단거리 미사일 등 10㎞ 이하 고도에서 대량으로 날아오는 위협을 요격한다. 천궁이 해당된다. ‘중고도 방어’(M-SAM/L-SAM)는 10~40㎞ 고도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요격한다. L-SAM은 40㎞ 이상 고도까지 방어가 가능하고 천궁-Ⅱ 등이 해당된다. ‘고고도 방어’(THAAD/L-SAM-II 등)는 40㎞ 이상 고도에서 장거리 미사일이나 외기권 진입 단계(대기권을 벗어난 미사일·로켓이 우주 공간에서 자유롭게 비행하는 중간 단계)의 위협을 요격한다.
그러나 이스라엘 다층 방어체계는 다소 다르다. 우선 전 세계에 잘 알려지니 아이언 돔은 4~70㎞ 거리에서 발사되는 로켓과 드론을 요격하는 저고도 방어체계다. 2011년 첫 실전 배치 이후 90% 이상의 요격 성공률을 자랑한다. 주목할 점은 인공지능 기반 선별 요격 시스템으로 인구 밀집 지역을 향하는 미사일만 선택적으로 요격해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거리 미사일 방어를 담당하는 다비즈 슬링은 40~300㎞ 범위의 미사일과 항공기를 요격해 중고도 방어체계다. 애로우 2·3는 3000㎞ 거리의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물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까지 요격할 수 있는 고고도 방어체계다. 이스라엘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애로우 3는 대기권 밖에서도 요격이 가능해 모든 고고도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가운에 하나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공망으로 ‘KAMD’(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일명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가 있다. KAMD는 북한의 단거리·중거리 탄도미사일과 함께 짧은 시간 대량 발사를 통해 서울의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장사정포에 특화된 맞춤형 방어체계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주목할 점은 KAMD는 다층 방어 전략을 기반으로 구축됐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단거리, 중거리는 물론이고 장거리 미사일까지 모두 방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방어체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탐지 및 추적’이다. 적의 미사일이 발사되면 이를 조기에 탐지하고 추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단계다. 이를 위해 다양한 레이더 시스템과 위성 감시 시스템을 활용한다.
다음으로 ‘요격’이다. 적 미사일이 우리 영토로 날아오는 경우 이를 중단 단계 또는 종말 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이를 위해 다양한 요격 미사일을 보유 중이다. 마지막으로 ‘방어’다. 미사일 방어체계의 마지막 단계는 미사일 요격에 실패 시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어 조치다. 게다가 우리 군은 강력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을 통해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동시에 반격 공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강점을 지니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달리 복합적인 다층방어 체계를 갖춘 배경에 대해 “북한이 수도권을 공격할 무기는 장사정포 뿐만 아니라 서울을 직접 때릴 수 있는 단거리와 준중거리 미사일을 대거 보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신형 단거리, 준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등은 전술핵 수준의 위력까지 갖췄다”며 “복합 다층방어 체계가 풀가동될 때 수도권 및 핵심시설 방어를 위해 다다익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게 군 지휘부의 판단”이라고 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KAMD는 하층과 상층으로 나눠 방어체계를 구축한다. 이는 탄도미사일이 발사 후 상승 단계, 외기권(우주)에서 고공비행하는 중간단계, 고도 100㎞ 이하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하강하는 종말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방어 입장에선 종말단계 중에서도 통상 고도 40㎞를 기준으로 상층과 하층을 구분해 방어하게 된다.
우선 하층 방어는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M-SAM-Ⅱ(천궁-Ⅱ)가 고도 30∼40㎞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하층방어체계의 핵심 전력으로 M-SAM-Ⅰ을 개량한 것이다. 이미 작전 배치된 M-SAM-Ⅰ(고도 20㎞ 이하)은 더 낮은 고도를 책임지고 있다. 이들 무기와 함께 하층방어를 담당하는 전력은 패트리엇(PAC-2/PAC-3·고도 40㎞ 이하)이 있다.
하층과 상층에 중간 지역을 담당하기 위해 현재 개발 중인 M-SAM-Ⅲ(고도 40㎞ 이상)도 있다. M-SAM-Ⅲ는 북한 미사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M-SAM-Ⅱ보다 요격 성능과 교전 능력이 향상된 유도무기다. 최고 요격고도도 블록-Ⅱ 대비 2배 수준인 50㎞ 이상으로 확대된다. 오는 2034년까지 약 2조 8300억 원이 투입돼 개발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M-SAM 블록-Ⅲ에 대해 “사거리와 요격고도가 2배로 늘어 방어 면적이 4배로 늘어난다”며 “동시에 교전할 수 있는 (요격탄) 발수는 블록-Ⅱ 대비 5배 이상 증가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고 했다.
2027년 공군에 ‘L-SAM 운용부대’ 창설
상층방어 전력은 이번에 개발이 완료돼 전력화될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L-SAM(고도 50∼60㎞)이 있다. L-SAM은 미사일 종말단계에서 고고도(상층)에 속하는 40∼60km 상공에서 미사일을 요격한다. 다른 상층 요격 무기인 주한미군의 사드(40∼150km)와 함께 복합 다층 방어망의 한 축을 맡게 된다.
여기에 더해 현재 개발 중인 L-SAM-Ⅱ(고도 60∼150㎞ 이하)가 있다. L-SAM-Ⅱ는 기존 L-SAM보다 요격 고도가 상향된 고고도 요격유도탄과 공력비행 미사일을 장거리에서 요격할 수 있는 활공단계 요격유도탄이 핵심이다. 기존 L-SAM의 최고 요격고도가 60㎞ 정도였지만 L-SAM-Ⅱ는 최고 요격고도가 100㎞ 이상으로 늘어난다.
종합하면 미사일 방어 체계에서 저고도(40㎞ 이하)는 미국산 패트리엇(PAC-3)·한국산 M-SAM, 중고도(60~100km)는 한국산 L-SAM과 개발이 진행 중인 MSA-Ⅱ, 고고도(150㎞)는 미국산 사드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배치하는 사드)과 개발이 진행 중인 L-SAM-Ⅱ 등이 맡는다. 아울러 해상용 KAMD로 해군 이지스 구축함인 정조대왕함에 배치될 SM-6(240~460㎞), 세종대왕함에 배치될 SM-3(500㎞ 이상)이 다층 방어 체계를 이루게 된다.
군 당국은 2027년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에 ‘L-SAM 운용부대’를 창설할 계획이다. 경북 성주에 있는 주한미군 사드 기지처럼 별도의 L-SAM 운용 부대를 만들어 하층방어 전력부대와 연동해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방어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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