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관세 협상이 마무리를 향해 치닫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다음주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21일 방미해 추가 관세 협상을 갖는다. 김 실장은 귀국한 지 사흘 만에, 김 장관은 귀국 이후 이틀 만에 다시 미국을 찾는 셈이다. 양측간 관세 협상 마무리를 위한 최종 조율 과정으로 관측된다.
그간 협상 분위기는 막판으로 갈수록 협상에 속도를 내며 무게 중심이 조금씩 타결 쪽으로 움직이는 기류가 감지됐다. 실제 서울경제 취재 결과, 한미 간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한 최대 난제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의 조달 방식, 투자 비중 등 핵심 쟁점 사항에서 우리 정부가 상당 부분 국익을 관철하는 방향으로 미국을 설득하는 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방미를 통해 최종 타결이 이뤄지면 경주 APEC을 계기로 한미 정상 간에 관세 협상 타결을 기념하는 세레모니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1일 “미국과의 협상 과정을 정리하면 일단 국익 측면에서 (협상 결과를) 최대한 진전시켰다”며 “김 실장, 김 장관이 이번 방미를 통해 협상 타결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잘 맞추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관세 협상에서) 마지막 남은 점은 (협상 결과에 따른 우리의) 명분(을 얻어내는 것)”이라며 “명분을 확보해 우리가 (막바지 협상에서) 좀 챙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당국자의 이런 언급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고 있음을 재확인한다는 분석이다. 앞서 김 장관도 투자 펀드 조달 방식과 관련해 “미국이 상당 부분 우리 의견을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전액 현금 투자’를 통한 펀드 조달 방식에서 ‘투자+대출·보증’ 방식에 공감대를 이룬 데 이어 ‘현금 투자 비중 최소화’라는 우리 측 요구를 어느 정도 고려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자리에서 “유럽연합(EU)과 매우 공정한 무역 협정을 체결했고 일본·한국과도 그렇다”고 언급한 뒤 우리 협상단의 방미가 이뤄지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한미 무역 협상에 대해 협정이 완료된 것처럼 표현한 만큼 한미간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도 김 실장, 김 장관으로부터 관세 협상과 관련한 보고를 받은 만큼 이번 미국 협상에서 마지막 키 맞추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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