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의 수혜를 입으며 국내 그룹 시가총액 3위에 올라섰다. 특히 이달 들어 주요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면서 그룹 전반에 반등 모멘텀(상승 여력)이 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그룹의 시가총액은 182조 7756억 원으로 삼성그룹(845조 389억 원)과 SK그룹(465조 9050억 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LG는 이로써 현대자동차그룹(177조 6725억 원)을 제치고 한 계단 상승했다.
LG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국발 저가 공세에 직격탄을 맞았지만, 미국의 대중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3분기부터 뚜렷하게 반등하는 추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무역 압박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LG 계열사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LG화학(051910)이 25.00% 급등했고,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24.46%, LG전자(066570)가 20.37%, LG이노텍(011070)이 14.48% 크게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인 11.39%를 웃돈 성적이다.
특히 그룹 내 시총이 가장 큰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영업이익이 601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1% 증가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발표했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도 중국 CATL의 점유율(37%)이 높지만, 관세 부담이 커질 경우 국내 3사(6%)의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실적이 바닥을 통과했다”는 기대감에 흐름이 반전되는 분위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034220)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단 한 달 새 47% 급증해 4278억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애플 신제품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출하 확대에 더해 미국이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제재하면서 LG디스플레이가 대체 공급망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전망이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앞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올 7월 중국 BOE의 OLED 패널 수입 금지를 결정한 바 있다. 강민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OLED 패널 조달 제한으로 LG디스플레이는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 역시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내 휴머노이드 로봇 수요 확대와 함께 카메라 모듈 수출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7 시리즈 출시 이후 초기 수요가 우호적인 상황”이라면서 “특히 카메라 중심 하드웨어 스펙 업그레이드가 LG이노텍의 평균판매단가(ASP) 상향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aaangs10@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