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직접 매입하고 200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9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아르헨티나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직접 구매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워싱턴DC를 방문한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장관과 지난 4일간 회담한 결과 미 재무부가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과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베선트 장관은 “미 재무부는 시장에 안정성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어떤 조치라도 할 준비가 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경제 리더십은 공정한 무역과 미국의 투자를 환영하는 동맹을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외환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페소화를 매입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FT에 따르면 미국의 공식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1996년 이후 단 세 차례에 불과하다.
이번 조치가 알려지자 아르헨티나 국채 가격은 급등했다. 달러 표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1.47%를 기록하며 9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페소화도 0.6% 상승해 일주일 만에 가장 강한 수준을 보였다.
페소화 직접 구매라는 이례적인 수단까지 써가면서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고 나선 배경에는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우파 정부가 경제 위기로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밀레이 대통령은 여당이 지난달 초 전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데 이어 이달 중간선거에서도 의석을 뺏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와 베선트는 지난 수십년간 반복해서 채무를 불이행하고 화폐를 평가절하한 나라에 베팅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정치 동맹인 밀레이 대통령이 10월 26일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돕고 밀레이의 좌파 경쟁자들이 권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공포로 불안해하는 시장을 진정시키는 게 목표”라고 분석했다.
한편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에 올린 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베선트 장관에 감사를 표하면서 “우리는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서 경제적 자유와 번영의 서반구를 함께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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