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음료나 아이스크림에 흔히 들어가는 천연 감미료 ‘스테비아’가 탈모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존 치료제와 함께 사용했을 때 모발 재생률이 2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약학대와 호주 시드니대 공동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스’(Advanced Healthcare Materials) 에 발표한 논문에서 스테비아 추출물이 탈모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스테비아 속 주요 화합물인 ‘스테비오사이드(stevioside)’가 대표적 탈모 치료제 미녹시딜(minoxidil)의 효과를 강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스테비아는 전 세계 4만여 개 식품에 사용되는 천연 무칼로리 감미료로 다이어트 음료나 제로 칼로리 아이스크림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연구팀은 스테비오사이드를 미녹시딜과 함께 미세바늘 패치에 담아 탈모 쥐의 등에 적용했다.
실험은 쥐를 네 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다. △아무 처치를 하지 않은 그룹 △2% 미녹시딜 용액을 바른 그룹 △약물이 없는 미세바늘 패치를 붙인 그룹 △미녹시딜과 스테비오사이드를 함께 넣은 미세바늘 패치를 붙인 그룹이다.
35일 후 아무 처치를 하지 않은 그룹과 빈 패치를 붙인 그룹은 변화가 거의 없었다. 미녹시딜만 바른 그룹에서는 탈모 부위의 약 25%에서 털이 자라났다. 그러나 미녹시딜과 스테비오사이드를 함께 사용한 그룹은 2주 만에 털이 나기 시작했고 한 달 뒤에는 약 67.5%의 부위가 새 모발로 덮였다.
연구진은 스테비오사이드가 모발 성장에 직접 작용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녹시딜의 체내 흡수를 높여 약효를 강화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시드니대 약학과 라이펑 캉 박사는 “스테비오사이드를 활용하면 미녹시딜의 효과를 더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전 세계 수백만 명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녹시딜은 혈류를 증가시켜 모낭의 성장기를 연장하고 새로운 머리카락 성장을 촉진하는 약물이다. 일반적으로 겔이나 폼 형태로 두피에 바르지만 피부 흡수율이 낮아 하루 두 번, 6개월 이상 사용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드물게 손·발 부기, 가슴 통증, 얼굴·몸의 털 증가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기도 했다. 경구용 미녹시딜은 체내 흡수율이 약 95%에 달하지만 일부 환자들은 전신 털 증가 등 부작용 우려로 복용을 꺼린다.
연구팀은 스테비아가 미녹시딜의 흡수를 도와 약효를 높이면서도 기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험 과정에서 쥐에게는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연구는 소규모 동물실험에 그쳤으며 인체 적용 시 동일한 효과가 나타날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스테비아를 식품 형태로 섭취한다고 해서 모발이 자라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스테비아 제품에는 스테비오사이드 외에도 에리스리톨 같은 첨가물이 포함돼 있어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연구는 기존 미녹시딜의 흡수율을 높이려는 다양한 시도들 가운데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전에는 알코올이나 프로필렌글라이콜 등을 혼합해 흡수를 촉진했지만 피부 자극과 가려움, 비듬 등의 부작용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성인 남성의 약 3분의 2가 35세 이전에 탈모를 경험하며, 50세에는 그 비율이 85%에 달한다. 여성도 절반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탈모를 겪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인간 대상 임상시험으로 이어진다면 더 빠르고 부작용이 적은 탈모 치료제 개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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