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장바구니 물가’ 상승을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 탓으로 돌리면서 관계부처에 고강도 대책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식료품 물가 상승이 시작된 시점이 2023년 초인데 이때부터 정부가 통제 역량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담합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조선 시대 때도 매점매석한 사람을 잡아 사형시키고 그랬다”고도 했다. 식료품 물가 상승은 기업들의 담합·독점을 통한 폭리를 잡지 못한 이전 정부의 실책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대통령의 너무 거친 가격 질타 발언에 식품 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올해 8월 인명 사고를 낸 건설사에 대해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하며 면허취소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제조업·건설 현장의 중대재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외국인 언어 장벽 등 근본 원인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물가 역시 대통령의 으름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7% 오르는 데 그쳤지만 농축수산물은 4.8%나 뛰었다. 일부 기업들의 담합 탓도 있겠지만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물가 앙등, 인건비 증가 등이 주요한 요인이다. 국내 주요 식품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대부분 5% 미만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 때도 인위적으로 가격을 억눌렀지만 결국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한꺼번에 가격을 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정부는 기업 팔을 비틀어 물가 지표를 강제로 끌어내리려 하지 말고 근본적 물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 식료품 물가가 높은 것은 고령화에 따른 낮은 농업 생산성과 고비용 유통 체계 등 구조적 요인 탓이 크다. 정부는 규제와 진입 장벽 해소를 통해 기업 간 경쟁과 가격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 농산물 수입선 다변화, 직거래 장터 확대 등 단기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에 대응한 새 품종 개발 등도 시급한 과제다. 농축수산물의 생산과 유통·소비 등 전 과정을 혁신하지 않으면 고물가는 ‘뉴노멀’이 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