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전통 유통채널들의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예년보다 연휴 기간이 길어지면서 고향 방문 대신 선물로 대체하고, 여행 등을 떠나려는 수요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CU가 올해 추석 선물로 출시한 7500만 원짜리 하이엔드 위스키 ‘글렌그란트 65년’이 최근 판매됐다. 지금까지 편의점 업계에서 판매된 제품 중 최고가다. 회사 측에서도 해당 제품이 실제 판매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해당 제품은 전 세계에 151병만 존재하며 스코틀랜드 글렌그란트 증류소에서 희귀한 원액들만 엄선하는 ‘스플렌더 콜렉션’의 첫번째 작품이다.
신세계백화점은 8월 26일부터 9월 28일까지 추석 사전예약 및 본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년 추석 연휴 대비 21.2% 증가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갈아치웠다. 명절 대목을 앞두고 8월 말 강남점에 프리미엄 델리 전문관을 오픈하는 등 국내 최대 규모 식품관을 조성하며 명절 행사장 면적을 전년 대비 2배 확대한 점이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또 스위트파크와 하우스오브신세계 등 자체IP를 활용한 단독 기프트 상품을 새롭게 선보이면서 강남점 명절 기프트 매출은 전년 대비 29.9%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8월 29일부터 9월 29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매출 증가율이 20%를 기록했다. 특히 배우 김희선의 아트 컬래버 와인 ‘벨레 그로스 발라드’는 1200병이 판매됐다. 현대백화점도 8월 27일부터 9월 29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15.0% 증가했다. 한편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특수를 누린 편의점들은 실속세트 위주로 전년 대비 30~60%대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올해 추석 선물세트 판매의 특징은 양극화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50만~100만 원대 이상 프리미엄 한우 세트가 조기 완판됐다. 이마트는 5만 원 미만, 20만 원 대 이상 선물세트 매출은 각각 전년 대비 9.1%, 31.7% 증가한 반면 10만~20만 원대 선물세트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달라진 명절 풍경을 반영하는 품목도 눈에 띄었다. 홈플러스의 매출 신장률이 가장 높은 카테고리는 사과, 배가 아닌 포도류, 열대과일 등으로 조사됐다. 차례를 지내는 고객이 줄고 저렴한 이색 과일을 선물하는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 ‘프리미엄 알큰 샤인머스캣’(1만 9990원)은 5일간 약 2만 개가 판매됐다.
올해 유통가의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급증한 것은 예년보다 길어진 추석 연휴 영향이 크다. 올해 추석은 개천절(10월 3일)부터 추석 연휴(10월 5~7일), 이어지는 대체공휴일(10월 8일)과 한글날(10월 9일)까지 더해 연휴 체감 일수가 7일로 2017년(10일) 이후 최장 연휴다. 특히 10일과 주말까지 쉴 경우 최장 열흘간의 연휴가 가능하다. 이에 고향에 방문하는 대신 선물로 대체하고 여행 등을 떠나려는 수요가 크게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추석 연휴가 9월 중순으로 선물세트 사전판매 기간이 8월 여름 휴가철과 맞물려 저조했던 기저 효과도 작용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실용적인 실속(저가) 선물세트의 인기와 함께 연휴가 길어 고향에 찾아가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담아 프리미엄 선물을 보내려는 수요가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명절 선물 상품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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