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첫 일정으로 재미 동포들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K콘텐츠’가 한미 동맹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고 평가하며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워싱턴 DC 시내 호텔에서 재미 동포 만찬 간담회로 미국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배우자 김혜경 여사도 흰색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를 입은 한복 차림으로 동석했다. 앤디 킴 연방 상원의원, 문숙 광복회 워싱턴지회장, 제니퍼 고 케네디센터 예술감독 등 참석자들이 이 대통령 내외와 같은 테이블에 착석했다.
이 대통령은 재미 동포들을 향해 “한국과 미국, 두 나라를 잇는 든든한 가교”라며 격려의 말을 시작했다. 올해가 광복 80주년임을 언급한 이 대통령은 “오늘의 대한민국도 80년 전 광복의 그 순간처럼 대전환의 분기점에 서 있다”며 “민생·경제·안보·평화 등 다방면의 복합 위기와 문명사적인 대전환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격변의 시대”라고 진단했다. 이어 “낯선 땅 미국에서 무수한 역경을 기회로 바꿔낸 동포 여러분의 존재야말로 조국의 미래를 밝히는 귀중한 등불”이라며 “조국이 전쟁의 포화를 딛고 분단의 아픔을 넘어 눈부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일구는 데 참으로 큰 힘이 돼주신 존재”라고 치켜세웠다. 특히 최초의 한국계 연방 상원의원인 킴 의원 등을 거론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방산, 조선,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한한 창의력과 도전으로 한미 양국의 경제 영토를 넓혀가는 자랑스러운 동포들도 계시다”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재미 동포 사회의 숙원인 복수국적 연령 하향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기에 단박에 쉽게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재미 동포 여러분의 오랜 과제인 복수국적 연령 하향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도 힘을 쏟겠다”고 공언했다. 현행 국적법상 해외 국적 동포는 만 65세 이상일 경우에만 복수국적이 허용된다. 재미 동포들은 경제활동 인구도 복수국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이 연령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거론하며 한국인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도 부각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한미 양국 국민이 서로 신뢰의 마음을 나누며 서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동맹의 새 역사를 목도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익숙한 김밥·라면은 더 이상 이제 한국인들만의 음식이 아니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곳 워싱턴 DC의 케네디 센터에서도, 아우디 필드의 잔디 구장 위에서도 높은 K콘텐츠의 힘이 미국인들을 환호하게 하고 있다”며 “부단한 노력과 헌신으로 번영과 평화의 한미 동맹을 한층 굳건히 만드는 데 열정적으로 기여해오신 동포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한미 동맹의 발전에도 기여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군사동맹으로 시작된 한미 관계는 이제 경제동맹을 넘어 기술 동맹을 아우르는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한미 동맹의 든든한 주역이었던 여러분 동포들께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이 여정에 함께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문일룡 페어팩스 교육위원이 재미 동포를 대표해 “(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양국의 국익에 크게 기여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기대를 맺기 바란다”며 “조국과 국민의 위상이 해외 동포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달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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