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공석이 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자리에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이 지명됐다. 차기 연준 의장에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의견을 낸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연준의 새 이사로 마이런 위원장을 지명했다. 마이런 지명자는 이달 1일 전격 사임한 쿠글러 전 이사의 후임이다. 마이런 지명자는 상원 인준을 거쳐 쿠글러 전 이사의 잔여 임기인 내년 1월 31일까지만 연준 이사직을 맡는다. 마이런 지명자가 9월에 임기를 시작할 경우 FOMC의 기준금리 결정 투표에 최대 4차례(9월 16~17일, 10월 28~29일, 12월 9~10일, 내년 1월 30~31일)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경제 분야에 대한 그의 전문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적었다.
마이런 지명자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선임고문으로 스티븐 므누신 당시 재무장관을 보좌했다. 이후 헤지펀드에 몸담으면서 트럼프 2기 관세정책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일명 ‘마이런 보고서’를 작성해 이름을 알렸다. 그는 연준의 정책 운용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최근에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다며 연준이 빨리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확대와 관련해 “거시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물가 압력 증거가 전혀 없다”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더라도 일시적인 가격 수준 변화일 뿐 지속적인 추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CNBC는 “마이런의 지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서 말썽꾸러기 역할을 할 ‘그림자 의장’을 지명할 것이라는 추측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뤄졌다”며 “그가 맡을 역할은 ‘파월의 적대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한편 마이런 지명자가 내년 1월로 임기를 마치는 만큼 월가에서는 그의 뒤를 잇는 후임자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목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의장직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월러 이사가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보도했다. 월러 이사는 지난달 연준 FOMC 회의에서 미셸 보먼 부의장과 함께 금리를 0.25%포인트 인해야 한다며 소수 의견을 낸 인사다. 2명의 연준 이사가 금리 결정에서 소수 의견을 낸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현재의 경제 데이터보다 전망에 기반해 정책을 추진하려는 월러 이사의 의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만 월러 이사가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면담하지는 않은 데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도 여전히 유력 후보라는 점에서 변수는 남아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을 두고 “케빈(Kevin)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과 다른 두 사람 등 4명으로 압축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같은 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도 의중을 물었지만 ‘장관을 계속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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