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짜리 수입 금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금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세계 최대 금 정제국인 스위스가 39%의 관세를 맞게 되면서 금 수급 불안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달 31일 통관 결정서를 통해 1㎏ 금괴와 100트로이온스(약 3.1㎏) 금괴를 관세 부과 품목으로 지정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1㎏ 금괴가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번 관세 조치 발표 이후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이날 1.3% 상승하며 온스당 3534.1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조치로 직격탄을 맞게 된 곳은 세계 최대 금 정제국인 스위스다. 스마트폰 크기의 1㎏ 금괴는 세계 최대 금 선물 시장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규격으로 스위스가 미국에 수출하는 금 상당수가 여기에 포함된다. 런던에서는 벽돌 크기의 400온스(약 11.34㎏) 금괴가 주로 거래된다.
스위스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615억 달러(약 85조 원) 규모의 금을 미국에 수출했다. 앞으로는 같은 규모의 금을 수출할 때 39%의 상호관세가 적용돼 관세로만 240억 달러(약 33조 원)가량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크리스토프 빌트 스위스귀금속제조·거래협회 회장은 “이번 관세 부과는 양국 간 금 무역에 또 다른 타격을 가한 것”이라며 “금 수급이 한층 불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금 거래업자들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우려해 올해 초 대규모 물량을 미리 미국으로 선적했다. 이로 인해 COMEX 금 재고가 급증했고 반대로 런던 시장에서는 일시적인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더해 미국의 관세 부과까지 겹치며 금값 불안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피터 그랜트 제너메탈 수석전략가는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지속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금값은 물가 상승 우려, 미국 정부 부채 급증, 달러 약세 등으로 27%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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