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순천 자존심을 되찾아 달라는 부름을 받고 정치적 야인생활을 거쳐 10년 만에 복귀한 노관규 순천시장. 가난 했던 가정 형편으로 중학교 진학조차 기로에 섰던 어린시절, 고등학교를 가까스로 졸업하고 구로공단 장갑공장 노동자에서 세무 공무원, 검사, 정치인, 아픈 가족사까지…. 한탄과 세상에 대한 증오는 잠시.
그는 10년 만에 다시 불러준 순천시민들의 의중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오로지 순천발전”을 항상 마음속에 되새긴다. 그의 이러한 의지로 탄생한 ‘대한민국 생태수도’ 정책은 전국의 중소도시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등 글로벌 도시로 향하는 순천 발전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순천 발전을 위하는 길이면 영혼까지도 팔아 예산을 확보하겠다.”
순천이 전남 22개 시·군중 1위에 빛나는 역대급 예산을 확보한 배경에는 노 시장의 이 같은 의중에서도 드러난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흔든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 개막식에 참석한 당시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예산을 부탁했다는 식의 정치공작이 펼쳐지며 싸늘한 시선이 나온다.
탄핵정국 이전 대선에서 호남권에서는 민주당에게 몰표를 준 상황인데도 말이다.
현재 노 시장을 향한 정치적 공작 사안을 면밀히 들여다보자.
노 시장의 행위와 권력 사유화 논란은 분리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노 시장은 지역 현안 정책 발전을 위해 관련 예산 확보에 뛰어들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대통령에게 직접 예산 문제(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 사업)를 언급했고, 주변의 조언에 따라 당시 영부인(김건희 씨)에게도 관련 상황을 전달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노 시장 역시 부인하지 않고 인정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과정이 순천시의 국비 확보라는 공익적 목적에 기반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개인적 이익이나 불법적 목적과는 전혀 무관하다.
노 시장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단체장들의 역할은 정부와 국회, 청와대에 예산을 요구하고 확보하는 통상적 정치 활동을 펼쳐야 한다. 그게 선출직 단체장의 책무이자 의무다.
여기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당시 김건희 씨를 행사에 초대하기 위해 여러 안테나를 세웠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각 지자체마다 예산확보를 위한 가장 큰 과제로 꼽힐 정도였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그러나 김건희 씨의 행위는 어떠한 공식 직위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예산 관련 내용을 ‘직보’ 받은 것은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 즉, 부적절한 경로가 작동한 부분은 대통령 배우자 측에서 비롯된 것이며, 제도적 문제의 본질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이러한 부분 등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제2부속실 설치 등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국비를 확보하는 것은 단체장으로서 당연한 책무로서, 처절하게 일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처지는 전국 선출직 정치인은 물론 공직자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간에 이를(예산확보) 소홀이 한다면 오히려 직무유기가 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번 사안을 놓고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치적 공작을 토대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고 있는 소위 ‘반노파’의 물타기 시도라는 싸늘한 시선도 나온다.
순천시의회의 한 의원은 “권력 사유화 문제와 지방의 책무는 구분해야 한다”면서 “공익적인 일을 두고 정치공세를 펴는 것이야말로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구태정치의 표본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순천시는 한 언론에서 제기한 ‘김건희, 지역 현안 직보 받고 정부 예산 개입 정황’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이와 관련 사실이 아닌 허위 보도내용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언론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서는 “순천시의 모든 정부 예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준수해 정상적으로 확보했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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