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지난 달 5회 연속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가운데 인하 의견을 낸 크리스토퍼 월러 현 연준 이사가 유력한 차기 의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월러 이사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뒤를 이을 후임으로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현재의 경제 데이터보다 전망에 기반해 정책을 추진하려는 월러 이사의 의지와 연준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그의 깊은 지식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다만 관계자들은 월러 이사가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면담한 것은 아니고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도 여전히 유력 후보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의 의장직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월러 이사는 지난 달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셸 보먼 부의장과 함께 금리를 0.25%포인트 인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2명의 연준 이사가 금리 결정에서 소수의견을 낸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다. 월러 이사와 보먼 부의장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 지명 인사다.
앞서 월가에서는 월러 이사와 해싯 위원장, 워시 전 이사,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으로 꼽아 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5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케빈(Kevin)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과 다른 두 사람 등 네 명으로 (후보군을) 압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같은 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는 “베선트 장관에게 의중을 물었지만 ‘재무부 장관을 계속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애초 월가에서는 지난 1일 전격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의 후임이 차기 연준 의장 후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이날 스티븐 미란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이 내년 1월 시한부 이사로 지명되면서 이 같은 전망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AP·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란 지명자는 상원 인준을 거쳐 쿠글러 전 이사의 잔여 임기인 내년 1월까지만 연준 이사직을 맡는다. 미란 지명자는 헤지펀드 재직 시절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 정책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이른바 ‘미란 보고서’를 작성해 이름을 널리 알린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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