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기자가 찾은 서울 서대문구 중앙여중 인근에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은 경의중앙선으로 갈라진 두 지역을 다리로 잇는 북아현과선교 설치 현장. 애당초 이 다리는 2015년경 준공될 예정이었지만 코레일 부지, 조합 간 갈등, 시공사 사업비 등의 문제로 착공이 늦춰졌다. 지지부진했던 사업이 정상궤도에 들어선 건 민선 8기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취임 후부터다. 시공사 교체라는 강수로 사업비를 낮추면서 2023년 비로소 공사가 재개된 것이다. 이후 이 구청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현장을 찾아 진행 상황을 살펴봤다. 10여 년을 기다려온 주민들이 더는 불편을 겪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의 노력 덕분일까. 북아현과선교는 올해 안에 완공되고, 내년 2월이면 주민들의 통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구청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현장을 다니면서 주민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단 하루, 한 시간도 허투루 보낼 수가 없더라”며 “국회의원일 때보다 더 지역 현안을 밀접하게 들여다보며 챙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대문구갑 선거구에서 2차례 당선된 국회의원 출신인 그는 2022년 서대문구청장으로 직함을 바꿨다. 이 구청장은 “1983년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뒤 정치와 연을 맺으면서 긴 시간 정치인의 삶을 살았다”며 “제2의 인생은 조금 다르게 살고 싶었는데, 주민들의 삶에 더 밀접하게 개입하고 싶어 지방선거에 출마했고 구청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재임 3년, 그의 성적표는 어떨까. 주민 만족도 향상이 두드러진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서울시가 집계한 ‘2024 서울서베이’에서 생활환경과 교육환경 만족도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진행한 구정인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4.6%가 서대문구에 계속 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이 구청장은 서대문구의 이미지 개선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신속 추진을 통해 낙후된 이미지를 벗어던지자는 생각이다. 이 구청장은 개미마을과 문화마을, 홍제4재개발 해제구역 일대 재개발 사업에 착수했고, 지난해 10월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되는 결과를 얻었다.
20년 넘게 사업 무산과 주민 갈등이 반복됐던 유진상가·인왕시장 일대는 서울 서북권 랜드마크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됐다. 주차공간 부족으로 방문객의 불편이 끊이지 않았던 독립문영천시장에는 공영주차장이 문을 여는 등 주민 숙원사업이 하나둘 실현되고 있다. 이 구청장은 “분기별로 도시정비사업 공정관리 보고회를 열고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아카데미’도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의선 지하화 사업에도 힘 쏟고 있다. 이는 서울역에서 가좌역까지 5.8㎞ 구간을 지하화한 뒤 상부의 유휴부지에 연구단지, 공연장, 공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는 “연세대 6300명, 이화여대 2300명 등 신촌 일대에만 1만 명 넘는 유학생이 있고, 관광객도 많이 오는데 이들이 일할 공간은 제한적”이라며 “경의선 지하화를 통해 국제창업도시를 조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여러 기업을 통해 2조 원 이상의 사업비를 마련하는 계획을 세워놨다.
이 구청장의 공약 이행률은 79%에 이른다. 선거 때 내세운 공약 67개 중 53개를 완료했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정비사업에 더 속도를 낼 생각이다. 이 구청장은 “공약 상당수를 지켰고 이제 중장기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정비사업만 남았다”며 “‘실사구시’의 이념을 떠올리며 현재 우리 주민들이 진정 필요하고 바라는 꿈을 현실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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