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전방위 지원에 돌입했다. 국가 주도의 AI 관련 사업에 국산 AI 반도체 기업의 참여 기회를 늘리는 한편, 실제로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쓰일 수 있도록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외산 기업이 장악한 국내 AI 생태계에서 국산 AI 반도체 기업에 힘을 실어준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국산 AI 반도체 최적화 설계 지원을 위해 300억 원 규모의 ‘AI 반도체 최적화 설계 지원’ 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 중이다. 국내에서 만든 NPU(신경망처리장치)가 챗GPT, YOLO 등 다양한 최신 AI 모델에서 문제없이 구동될 수 있도록 개발 비용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최근 생성형 AI, 특화 AI 등 AI 모델 종류가 급증하면서 AI 반도체 상용화를 위해 수요 분야별 다양한 AI 모델을 지원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도메인(응용분야) 별로 AI 모델을 최적화 하기 위해서는 설계 단계부터 각 AI 모델에 최적화된 반도체 시스템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엔비디아는 다양한 최신 AI 모델에 대한 최적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설계를 바탕으로 생성형 AI, 자율주행차 등 유망 산업에 맞춤형 GPU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경우 재정 여건 및 개방 환경의 한계로 일부 대표적인 AI 모델만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산 AI 반도체가 범용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설계 단계부터 다양한 AI 모델에 최적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수요 기업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다.
사업은 맞춤형 설계 지원과 활용 지원으로 나뉜다. 맞춤형 설계지원은 이미 개발된 NPU가 다양한 AI 모델을 지원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연구를 지원하는 방식이며, 활용지원은 칩을 테스트 가능한 시스템 수준으로 올릴 수 있도록 필수 IP 비용을 지원한다. 정부는 해당 사업을 단발성 R&D를 넘어서 현재 진행 중인 ‘독자 AI 모델 개발 프로젝트(LLM)’와 연계해, 국산 LLM과 NPU가 함께 구동되는 통합 실증 생태계를 마련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정부가 이같은 사업을 통해 현재 엔비디아가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국산 칩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가트너 등에 따르면 전세계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153억 달러(약 21조 원)에서 2027년 1194억 달러(166조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나 시장의 70~90%는 엔비디아가 현재 장악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아우르며 독점 구조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같은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 연계, 실증 기반, 수요처 확보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이유로 최근 정부는 다양한 AI 관련 사업에서 국산 AI 반도체의 활용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 마이크로데이터센터(MDC) 구축을 비수도권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국가대표 AI를 선발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사업’에는 국산 AI 반도체와 협업할 경우 가산점을 부여하는 우대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업이 개발하는 NPU가 지원되는 AI 모델이 않기 때문에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수요처를 넓히려는 것”이라며 “국산 AI 반도체 생태계를 조금이라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방향의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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