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자진 사퇴하면서 대통령실은 2주간 이어진 야당의 공세에서 당분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동시에 장관 후보자들과 공직자의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된 만큼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인사 검증 시스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힌 대통령실도 하루 만에 “인사 검증에 엄정함을 갖추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 관련 브리핑 도중 “인사 검증 절차에 조속함과 함께 엄정함을 조금 더 갖추겠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인사 검증 절차를 꼼꼼히, 엄밀히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조금 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찾기 위해 조금 더 철저한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 살펴볼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의 발언은 전날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의 사퇴를 발표할 때와 다소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22일 ‘내란 옹호’ 저술로 논란을 빚은 강 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을 밝힌 강 대변인은 인사 검증 시스템과 관련해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검증 시스템에서 보지 못했던 예상 밖의 문제가 발견된 것”이라며 “인수위 없는 정부로서 사후적으로라도 검증의 한도를 넘는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이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태도에 대해서 주목해줬으면 한다”며 시스템의 자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에 이어 강 비서관도 사퇴한 데다 강 후보자 역시 ‘현역 불패’ 공식을 깨고 사퇴하면서 인사 검증의 미흡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인사의 추천과 심사 과정을 모두 비밀에 부치는 ‘밀실 인사’를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비서실장과 인사수석 등이 참여하는 인사추천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선을 논의하던 과거 정부와 달리 현 대통령실은 인사 추천의 주체와 과정이 모두 불투명하다.
인사 판단 기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당초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할 당시 강 후보자 임명은 강행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비판은 확산됐다. 일각에선 후보자의 도덕성이나 자질을 검증하는 대신 ‘측근 지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강 비서관의 경우 공개된 저서에 쓴 표현이 논란이 돼 사퇴까지 이어지면서 애초에 저서가 검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인지 의구심이 커지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 대통령실은 “인사 검증 대상과 범주, 과정은 구구절절 다 밝히기 어렵다”고만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대통령실이 인사 검증의 주체와 기준, 과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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