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더불어민주당 8·2 전당대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대표 후보인 박찬대 의원이 강 후보자에게 사퇴 결단을 촉구한 지 17분 만에 전격적인 자진 사퇴가 이뤄지면서 대통령실과의 교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주말 동안 진행된 충청·영남 경선에서 정청래 후보는 누적 득표율 62.65%로 박 후보(37.35%)를 25.30%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전체 유권자 수를 반영하면 10% 남짓밖에 투표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초반 승기는 정 후보가 확실히 잡았다.
강 후보자를 둘러싼 두 후보 간의 입장도 미묘하게 엇갈렸다. 정 후보는 “같이 비를 맞아주는 게 동지적 의리”라며 강 후보자를 엄호했지만 박 후보는 “국민 정서에서 고민되는 부분은 갑을관계”라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서는 박 후보가 이날 강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촉구한 것도 일종의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갑질’ 의혹이 제기된 강 후보자 임명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재명 정부의 정권 초반 국정 동력 확보에 방해 요소로 작용되면서 이른바 ‘총대’를 멘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 후보 측인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가) 혼자 많이 고민도 하고 당원들도 만났다”며 “이제는 결단하고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결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 후보 측 관계자는 “대통령의 인사권인 장관 임명 여부를 전대에 활용한 셈”이라며 “(박 후보에게)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후보자가 대통령실에 미리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당 대표 선거 구도에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페이스북 메시지를 활용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 후보는 “강 후보자의 결단을 존중한다.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은 전대 투표 반영 비율이 가장 높은 권리당원들이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마음)’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후보 간 유불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은 55%다. 당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강성 친명 지지층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박 후보가 이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반응이 우세하지만 방송인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에서는 “동료 등에 칼을 꽂는 행위”라는 비판도 나온다.
30%의 반영 비율을 차지하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도 영향을 미칠지에도 주목된다. 일반 국민 여론에서는 강 후보자 사퇴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문가 의견도 분분하다. 박 후보가 차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와 함께 여전히 인지도 면에서는 정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지금까지는 두 후보 간에 차별성이 없어 사실상 인지도 투표가 진행됐는데, 이번 일로 박 후보가 어려운 과제를 대통령실과 조율해 해결했다는 이미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반면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강 후보자 사퇴는 순리에 따른 것”이라며 “이것을 ‘명심’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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