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2주간 ‘깜깜이 모드’에 돌입한다. 수해 복구를 이유로 각각 26일과 27일로 예정됐던 호남권, 경기·인천 순회 경선을 전대 당일인 8월 2일 통합해 치르기로 하면서다. 호남과 수도권은 권리당원의 70% 이상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변경된 경선 일정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두고 당권에 도전한 두 후보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21일 민주당에 따르면 초반 승기는 정청래 후보가 확실하게 잡은 상황이다. 정 후보는 충청·영남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62.65%로 박찬대 후보(37.35%)를 25.30%포인트 차로 앞섰다. ‘내란과의 전쟁’을 앞세운 정 후보의 선명한 리더십이 권리당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박 후보는 ‘통합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변수는 최대 승부처인 호남과 수도권 경선 일정이 연기됐다는 점이다. 전대 일정이 단축되면 대세론을 구축한 정 후보가 유리하고, 길어질 경우에는 박 후보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전대 일정 조정을 두고 두 후보가 신경전을 펴기도 했다. 당 지도부가 전대 날짜는 유지하되 ‘원샷’ 경선을 결정한 것도 두 후보의 주장을 절충한 것이다.
두 후보의 호남 표심 잡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정 후보는 대선 당시 광주·전남 골목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일찌감치 스킨십을 늘려왔다. 박 후보도 경선 기간 호남에서 ‘일주일 살기’를 하며 당원들과 소통을 가졌다. 수도권의 경우 현역 의원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박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높은 인지도를 앞세운 정 후보의 지지세도 만만치 않다.
‘깜깜이 기간’ 당심 변화를 알 수 없는 점은 두 후보 모두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반영 비율은 15%에 불과하지만 정무적 전략 투표 성향을 보이는 대의원 표심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일반 국민(30%) 여론은 접전 양상이다. 18일 공개된 한국갤럽 7월 3주 차 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의 지지율은 30%, 박 후보는 29%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2.8%. 중앙여심위 참조).
두 후보는 이날 나란히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충남 예산을 방문했다. 정 후보는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복구 활동에 나섰고 박 후보는 지역 주민 대피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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