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를 사실상 완료하고도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소속 공인중개사에게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가계약 수준에서 참여했더라도 중개 행위가 실질적으로 완성됐다면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진현섭)는 A씨가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공인중개사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5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소재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소속 공인중개사로 근무했다. A씨는 2023년 5월경 B씨로부터 전세계약 중개를 의뢰받고, 집주인 C씨 소유의 주택을 안내했다. 이후 B씨가 계약 의사를 밝히자, A씨는 보증금·가계약금·계약금·임대인의 정보 및 계좌번호 등이 포함된 가계약서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전달했다. 그러나 A씨는 계약 당일, 계약서 및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서명이나 날인을 하지 않았다. 이후 B씨는 전세 사기 우려 등을 이유로 잔금을 지급하지 않고 계약을 파기하고 같은 해 11월 관악구청에 ‘계약서에 공동중개사무소 명칭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관악구청은 지난해 2월 A씨가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사실을 서울시에 통보했고 서울시는 A씨에게 3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에게 가계약서만 문자로 보냈고, 중개보수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중개 행위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는 중개대상물을 직접 소개하고, 가계약서 내용 전달, 가계약금 입금 등 본 계약 체결을 위한 준비, 본 계약 조건에 관한 임차인과 임대인 간 의견 조율 및 전달 등 전세계약이 체결되도록 전반적인 중개업무를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전세계약 체결 전후로 B씨 입장에서 사회통념상 A씨의 알선 및 중개를 통해 거래가 최종적으로 성사됐다고 인식하기에 충분한 행위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이상, A씨의 중개행위는 사실상 완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단순히 계약서를 직접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서명 및 날인 의무를 면제받을 수 없다”며 “서명 및 날인을 통해 중개업무 수행의 직접성과 공식성을 확보하려는 공인중개사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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