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절기상 ‘초복(初伏)’이다. 삼복(三伏) 가운데 첫 번째 복날인 초복은 일 년 중 가장 무덥고 기력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다. 이 때의 ‘복(伏)’은 뜨거운 날씨에 지쳐 기운이 꺾이고 몸이 처지는 시기를 표현하기 위해 ‘엎드릴 복’ 자를 쓴다. 최근 들어 발생한 폭염과 절기의 의미가 자연스레 맞물리는 대목이다. 우리 조상들은 복날마다 특별한 음식을 먹는 풍습을 이어왔다. 뜨거운 기운으로 더위를 다스린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지혜를 바탕으로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섭취하며 땀과 함께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고 몸속 기운을 되찾았다.
이러한 전통이 담긴 복날의 대표적 보양식이 바로 ‘삼계탕’이다. 삼계탕은 입맛을 되살리고 떨어진 기력을 북돋아 주는 음식으로 사랑 받아왔다. 매년 이맘 때 직장인들의 점심식사나 회식 메뉴로 빠지지 않는 삼계탕이 우리 몸에는 한의학·영양학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삼계탕의 핵심인 닭고기는 따뜻한 성질을 지닌 식재료로 분류된다. 기혈을 보하고 기운을 북돋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장시간 냉방기기 사용으로 인해 찬 기운에 노출되기 쉬운 요즘엔 따뜻한 성질의 음식이 체내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닭고기는 영양학적으로도 소화가 잘되는 단백질 공급원이다. 피로 회복과 근육 유지에 기여하며 지방 함량이 낮아 위장에도 부담이 덜 하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찹쌀은 위장을 따뜻하게 보호하고 소화력을 증진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 체내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 성분이 함유돼 있어 노화 방지와 면역력 강화를 돕는다. 찹쌀이 기를 보하고 소화기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한의학 고서에선 비위(脾胃)가 약한 사람의 식단에 찹쌀을 활용한 죽이나 밥이 권장되고 있다.
삼계탕의 주요 구성 요소인 대추는 풍부한 비타민C와 항산화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면역력 증진은 물론, 스트레스 조절과 혈액순환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대추 특유의 단맛이 닭고기의 풍미를 부드럽게 조화시키고, 잡냄새 제거에도 일조한다.
마지막으로 삼계탕 위에 올라가는 재료 중 하나인 인삼은 단순한 향신료가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약재다. 인삼에 포함된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라고 불리는 성분은 피로 회복, 스트레스 완화, 면역세포 활성화, 혈당 조절, 항산화 작용 등에 효과적이며 심혈관계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여름철 손실되는 체내 에너지와 면역력을 향상시켜 고온다습한 날씨에 취약한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물론 삼계탕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음식은 아니다. 평소 열이 많거나 고혈압 등으로 식단 조절이 필요하다면 삼계탕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인삼은 체질에 따라 속쓰림, 두근거림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자신의 상태와 체질을 고려해 섭취해야 한다.
삼계탕은 여름철 체력 저하와 위장 기능 약화, 면역력 감소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양식이다. 닭고기, 찹쌀, 대추, 인삼 등 다양한 식재료들이 어우러지는 삼계탕은 수 세기 동안 전해 내려온 조상들의 지혜라고도 볼 수 있다.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는 요즘, 삼계탕 한 그릇으로 떨어진 기력을 되찾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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