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시, 우정, 첫사랑, 가족애 등 아시아적 아날로그 감수성이 물씬 풍기는 청량한 대만 청춘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이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뜨거운 반응을 얻은 데다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청설’ 등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대만 청춘 로맨스물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어서 기대감이 높다.
영화는 1997~1998년을 배경으로 대만 명문 제일여고의 야간반 학생 아이(진연비 분)와 주간반 책상 짝꿍 민(항첩여 분)이 편지를 주고 받으며 가까워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렸다. 아이는 민의 제안으로 교복을 바꿔 입고 ‘땡땡이’를 치기도 한다. 홀로 자신을 키우는 엄마가 학비를 절약하고 명문고 학생이라는 타이틀도 얻을 수 있는 제일여고 야간반에 억지로 진학시켜 ‘짝퉁 엘리트’가 된 것 같은 컴플렉스가 있었던 아이는 모든 것이 완벽한 민의 세계로 들어간다. 아이는 자신의 세계와 너무 다른 그곳에서 버스에서 보고 첫눈에 반한 루커(구이태 분)를 만나게 되고 첫사랑이 시작된다. 처음에 민의 주간반 교복을 입었을 때의 어색함과 창피함에서 벗어나 민과 우정을 쌓아가고 루커와 가까워지는 아이의 모습은 귀엽고도 애틋하다.
아시아 여학생들의 공통점일까. 아이는 공부 잘하고, 키가 크고 농구까지 잘하는 루커가 이상형이다. 또 학교에서 가장 예쁜 여학생이 공부를 비롯해 뭐든 잘한다. 제일여고 ‘퀸카’가 지나가자 아이와 친구들은 “와 우리 학교 최고 여신 지나간다”라고 속삭이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아이와 민의 모습에는 모두가 겪었을 성장통을 이겨내고 마침내 성장하는 어설펐던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아이는 공부를 잘 하고 싶지만 마음 같지 않고, 머뭇거리고 망설이다 손도 잡지 못하는 아이와 루커의 첫사랑은 풋풋하다. 민은 가장 친한 친구인 아이가 자신도 맘에 두고 있던 루커와 가까워지는 모습에 질투가 나 아이의 치부를 폭로한다. 이후 민과 아이 사이는 어색해지고. 민도 더 이상 루커 앞에 나서지 못하게 되는 등 친구들 사이에 있을 수 있는 감각 관계는 첫사랑의 아릿함을 전한다.
아이와 민, 그리고 루커의 우정과 첫사랑이 보편적 감성을 담았다면 치열한 입시 경쟁과 가족애 등은 동남아시아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요소다. ‘대만 이야기인데 왜 공감이 가지’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대학은 물론 고교 입시까지 치열한 대만에서는 고등학교에 주간반과 야간반이 있었다. 10일 간담회에서 당재양 프로듀서는 “40~50년 전 대만이 지금처럼 잘 살기 전에는 많은 학생들에게 학업의 기회를 주기 위해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주간반과 야간반을 따로 만들었다”며 “대중들이 보기에 주간반은 진짜고 야간반은 가짜라는 느낌을 줬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입시 경쟁의 치열함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억척스러운 엄마에게 화를 내는 아이에게 “여자는 사범대가 최고야” “야간반 나와도 판사도 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아이 엄마의 모습은 한국의 모녀 사이에서도 흔한 광경이다. 명문대 진학을 위해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에 나가고, 야간반이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 역시 우리가 공감할 만한 청춘들의 모습이다. 생경하면서도 익숙해 보이는 대만의 교복이 주는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적인 분위기가 막연한 불안 및 희망이 뒤섞여 혼돈스러운채 성장통을 겪었던 우리들의 모습을 추억하게 한다. 특히 잡지에서 본 소속사 주소로 톰 크루즈의 아내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에게 손편지를 보내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기도 하고, 비디오 가게에서 벌이는 인기 비디오 대여 쟁탈전, 필름 카메라 등의 소품을 통해 1990년대 대만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감각적으로 연출해 몰입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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