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년만에 가장 무더운 ‘7월 더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폭염 속 야외운동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가 9일 발표한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5월 15일부터 이달 7일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8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명 늘었다. 온열질환이란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발생하는 질환으로 일사병과 열사병이 대표적이다.
열탈진이라고 부르는 일사병은 체온이 섭씨 37~40도까지 올라 두통이나 구토, 어지러움 등을 동반한다. 의식을 잃지는 않기 때문에 빨리 체온을 낮추고 물을 마시면 회복할 수 있다. 열사병은 열에 의한 뇌졸종으로 체온 조절 중추가 일시적으로 망가져 땀이 나지 않는 상태다. 체온이 40도 넘게 올라 의식을 잃는 경우가 많으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뇌, 심장에 문제가 생기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국내에서 온열질환으로 숨진 환자 대부분도 열사병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올 여름에는 비교적 선선한 오전 시간대에도 온열질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환자 중 절반 이상인 45명이 길가에서 증상을 호소했고 운동장이나 공원에서의 발생 비율도 17%(14명)에 달했다. 이는 주로 실외 작업장이나 논밭에서 환자가 발생한 전국과는 다른 양상이다.
발생 시간대 역시 서울은 오전 10~12시 사이에 37명으로 가장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전국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 온열질환자 977명 가운데 낮 12~5시에 486명(50%)이 몰렸다.
서울시는 이 같은 차이가 마라톤 등 야외 운동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길거리에서 발생한 45명 중 25명은 오전에 열린 마라톤 중 온열질환 증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30대가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 8명, 20대와 50대는 각각 4명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공원 마라톤 행사에 참가한 직장인 김모(34) 씨는 10km 지점에서 어지럼과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김씨는 “기온이 낮은 오전이라 방심했다”며 “수분을 충분히 챙기지 않은 것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온열질환이 의심되면 119에 연락해 의료기관으로 빨리 이송해야 한다. 119를 기다리는 동안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미지근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체온을 낮춰야 한다. 몸에 물을 뿌리거나 얼음을 목, 겨드랑이에 대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동률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건강한 성인도 폭염 속 무리한 운동은 위험하다”며 “폭염 기간에 야외 활동은 최대한 자제하고 물 자주 마시기 등 건강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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