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념수건·혼수함…우리가 남긴 추억 속으로

◆국립민속박물관 '오늘도, 기념'展

300년 전 경로잔치 그린 기록화

god 티켓·응원봉 등 200점 선봬

"진정한 기념의 의미 알리고 싶어"

27일 ‘오늘도, 기념’ 특별전에 다양한 연도와 지역, 주제의 수건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달력은 어떤 시대상을 반영하나. 예를 들어 1945년, 1946년, 1949년 3종류의 달력은 ‘기념’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 보여준다.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1945년 달력에는 1월 3일자에 ‘원시제’(제국주의 일본 천황이 즉위 후 천신에게 제사 지내는 날), 4월 29일 ‘천장절’(쇼와 천황 생일), 11월 23일 ‘신상제’(추수감사 행사일)이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하지만 해방 후 나온 1946년 달력에는 이들이 모두 없어지고 대신 9월 6일 ‘인민공화국 탄생일’이 들어갔다. 8월 15일은 1946년판에는 ‘조선민족해방 기념일’이었던 것이 1949년판에서 ‘광복절’로 바뀌었다.

이처럼 기념의 의미와 개인의 기억, 기념일·기념품의 문화사(史)를 조명한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27일 공개한 ‘오늘도, 기념: 우리가 기념품을 간직하는 이유’ 특별전이다. 박물관 측은 “기념이 넘쳐나는 시대에 기념품을 중심으로 오늘의 기억 가치를 탐구하고, 진정한 기념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특별전 입구는 미국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영상들로 시작된다. 우리들의 삶이 수많은 생각과 인식을 반영하는 ‘기념일’, ‘기념품’ 등으로 이뤄지고 이들 각각은 개인적이고 또 공동체적인 사실과 공감을 표현한다는 것을 일러준다.

오른쪽부터 1945년, 1946년, 1949년 달력. 최수문기자


조선시대 경로잔치 기록한 국보 ‘기해기사계첩’ 모습. 연합뉴스


전시는 조선 후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200여 점의 유물로 기념의 순간을 돌아본다. 1720년에 만들어진 국보 ‘기해기사계첩’(己亥耆社契帖)은 숙종 임금이 70세 이상, 정2품 이상의 중신을 우대하고자 만든 일종의 경로잔치인 기사(耆社) 모임을 그린 기록화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전통시대 오래 사는 것이 커다란 축복이었음을 보여준다.

또 대한제국 시기에 내장원경, 탁지부대신 등을 지낸 이용익의 초상화는 최초의 기념장(記念章)인 ‘고종 황제 성수 50주년 기념장’이 묘사돼 있다. 기념장은 대한제국 시기에 중요한 행사를 기념하고자 참가자에 나눠준 일종의 배지를 일컫는다.



전시는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일상 속 작은 물건 하나하나도 주목한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기념 수건’은 기념품 의미를 곱씹게 한다. 신장개업·축제·모임 등의 글자가 선명히 새겨진 이들 수건은 기념품계의 베스트셀러로, 실용성과 상징성을 모두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전시된 가장 오래된 것은 1965년 진갑 기념 수건이다. 이외에 결혼을 준비하며 만든 자개 혼수함, 탈춤반 학우들이 건네준 기념 선물 등이 눈길을 끈다.

방탄소년단(BTS) 응원봉인 ‘아미밤’, 그룹 god의 2001년 첫 콘서트부터 최근 콘서트까지의 티켓, 2002년 한일월드컵 영웅 고(故)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티셔츠 등이 전시장을 채운다. 42.195㎞를 완주하고 받은 첫 마라톤 메달, 여행 갈 때마다 꾸준히 모으게 된 트럼프 카드 등은 사소한 것이 오히려 중요한 것이라는 역설을 일깨운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황 봉송 주자 유니폼. 연합뉴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기념품이 삶에 스며들어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증명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의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