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을 앞두고 진보·보수 진영 모두 부정선거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며 자체적인 참관·감시 활동에 나서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며 수개월 동안 부정선거 음모론이 기승을 부린 여파로 풀이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대선에서 처음 ‘공정선거참관단’을 출범하는 등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활동에 나섰지만 여전히 선거 절차를 향한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27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시민단체들은 이달 29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되는 사전투표를 앞두고 참관·감시 요원 막판 모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황교안 무소속 대선 후보가 과거 대표를 맡았던 ‘부정선거부패방지대’는 이달 26일부터 참관인에 이은 자체 감시단 모집에 나섰다.
부방대는 “29일에 8시간씩, 3교대로 돌아가며 24시간 투표소 출입구를 감시할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며 ‘민간 애국 활동’에 참여해줄 것을 읍소했다. 부방대는 이미 4~5월에 신규 가입자를 모집한 뒤 황교안 후보 및 타 정당을 통해 이들을 구·시·군 선관위별 개표참관인단으로 배치했다. 하지만 이에 안심하지 못하고 추가적인 감시 활동에 나선 것이다.
공익 비영리 시민단체 ‘시민의 눈’ 역시 매년 진행하는 민주시민참관인 모집을 26일 마무리했다. 해당 단체는 송진호 무소속 후보의 이름을 빌려 투·개표 참관을 할 예정이다. 시민의 눈 역시 참관 외에 자체 봉사활동인 ‘사전투표함 지킴이’를 모집하고 있다. 보관된 사전투표지에 대해 방화 등 테러가 일어나지 않도록 29일부터 본투표가 끝날 때까지 각 선관위에서 오전 9시~오후 6시 CCTV를 지켜보는 것이 주요 업무다.
다만 정치적 성향이 극과 극인 시민단체들이 투표 당일 선관위 앞에서 동시 활동하게 될 경우 신경전을 넘어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민의 눈도 이를 염두에 둔 듯 사전투표함 지킴이 활동 공지에서 “절대 폭력적인 행위에 휘말리거나 동참하지 마시고 문제가 생기면 신고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투표를 하고 나오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나친 사진·영상 촬영이나 방해가 발생해 불편함을 느끼거나 선관위 측에 대한 월권·개입이 속출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한 보수 단체의 카카오톡 단체 메신저방에서는 “중국인이 있을 수 있으니 투표하고 나온 사람들에게 한국어로 말을 걸자” “사전투표소 앞에 천안문 사태 추모곡을 틀어두자” 등의 주장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부방대 내부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는 자체 참관 매뉴얼 역시 ‘사전투표관리관 도장 직접 날인 요구’ ‘투표용지 여러차례 접기’ 등 무의미한 행동 요령이나 선거 운영 절차를 방해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부정투표 의혹이 줄기차게 제기됐을 뿐만 아니라 이번 사전투표 기간이 주중이라는 점도 양 진영 지지자들을 예민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 정당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번에는 학생·직장인 등 청년층이 투표하기 쉬운 주말이 빠지며 어느 쪽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특히 보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사전투표에 참여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는 질문이 속출하고 사전투표 투명성에 대한 불안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에 선관위는 투표 참관 과정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부방대 등 각종 시민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감시 임무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투표참관인은 도중에 선거인에 대해 직접 질문하거나 투표 또는 투표사무를 방해·간섭·지연시키거나 특정한 정당이나 후보자의 지지 또는 반대를 권유하는 등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소란한 언동으로 인해 투표소의 질서 유지가 어려워질 경우 즉각 경찰의 도움을 요청하고 퇴거 조치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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