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증권가에서 올해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3000선에 도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 완화와 새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에 힘입어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140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9개월 연속 국내 증시를 등진 외국인투자가가 돌아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상호관세 90일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국내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마저 둔화할 우려가 커지면서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하반기 코스피가 반등에 성공해 최고 30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코스피 전망치 범위를 2350포인트에서 3000포인트로 제시했다. 한화투자증권은 2500~3000포인트, 한국투자증권은 2400~29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2500~2850포인트)과 신한투자증권(2400~2850포인트)도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고 올라갈 것으로 봤다. 다만 상단과 하단 범위가 500포인트에서 최대 650포인트까지 제시된 걸 두고 증권사들이 전망치 오류를 의식해 지나치게 넓게 잡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코스피가 3000포인트를 웃돌았던 것은 2021년 12월이 마지막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2.31포인트(2.02%) 오른 2644.40에 마감했다.
증권가에서 하반기 국내 증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낸 배경에는 관세 우려 완화와 새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지난달 7일 코스피가 5% 이상 급락하며 8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으며 이틀 뒤인 9일에는 1년 5개월 만에 2300선을 내줬다. 이처럼 국내 증시를 뒤흔든 관세 충격의 영향력이 협상을 통해 점차 완화되면서 코스피가 상승 추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트럼프는 ‘테이블 위의 죽은 개’ 전략으로 관세 협상 주도권을 확보했다”며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심리는 과잉 반응을 보였지만 이는 막무가내 패권전쟁이 아닌 전략적 조치였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하반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관세 충격으로 인한 미국 경제 둔화 우려와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이라는 예측도 국내 증시에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또 6·3 조기 대선을 통해 탄생할 새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내수 회복과 더불어 증시에도 유동성이 유입돼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밑돌면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이하일 때 외국인은 국내 주식 순매수 강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며 “증시 반등을 위해서는 수급 환경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한다”고 짚었다.
하반기 증시를 이끌 주도주로는 여전히 조선·방산이 꼽힌다. 다만 국내 산업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본격적인 반등을 위해서는 반도체 업종이 되살아나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새 정부 인공지능(AI) 정책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과 더불어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 환원 확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저평가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반해 단기적인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올해 7월 상호관세 90일 유예 종료 시점이 임박한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 남짓 남은 기간 안에 유의미한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증시에 실망심리가 더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관세 여파로 국내 수출이 둔화하고 있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소 중 하나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관세 리스크에 노출된 업종의 이익 컨센서스 하향 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