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반침하 예방 종합 대책의 핵심은 지하 공간에 대한 탐지를 확대하고 정해진 기간 안에 복구하는 데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지반 탐사 전문인력도 2배 이상 증원하고 탐사 구간도 2.5배 늘릴 예정이다. 또 땅 꺼짐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의심 지역에 대한 조사 권한도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정부로 이관해 고위험 지역을 직접 관리할 방침이다.
23일 국토교통부와 건설 안전 업계 등에 따르면 지반침하 발생 건수는 2020년 284건에서 지난해 102건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사고와 올해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사고 등에서 인명 피해가 잇달아 일어나는 등 대형 사고가 확산하는 추세다. 최근 5년 동안 전체 지반침하 가운데 면적 9㎡ 이상, 깊이 2m 이상의 대형 침하가 발생한 비율은 6.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에 지하 공간 안전 확보를 위해 지반 탐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추가경정예산과 정부출연금 등 총 52억여 원을 확보했다. 지반 탐사를 전담하는 국토안전관리원의 탐사 전문인력은 기존 13명에서 31명으로 늘렸고 탐지 차량도 기존 4대에서 연말까지 6대로 증차할 예정이다. 또 올해 국토안전관리원과 개별 지자체를 통해 총 8000㎞에 대한 지반 탐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당초 올해 국토안전관리원의 탐사 목표는 3200㎞ 정도였는데 기존보다 2.5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반 탐사에서 발견한 빈 구멍에 대한 복구율도 높일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빈 구멍 복구율은 34%에 그쳤고 올해 초 싱크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면서 지난달 말 기준 복구율이 49%까지 상승했다. 정부와 국토안전관리원은 매년 공동(空洞) 복구율을 10%포인트씩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지자체가 지하의 빈 구멍을 제대로 복구하지 않은 것은 예산과 무관심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지하 안전 점검 표준 매뉴얼 등에 따르면 지하 공동은 내부 높이와 면적 등에 따라 긴급·우선·일반 등 3개 등급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긴급 등급은 발견 즉시 복구해야 하고, 우선 등급은 3개월 이내에 메워야 한다. 일반 등급이라 하더라도 6개월 이내 복구를 완료해야 한다. 하지만 기초지자체는 예비비 등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선·일반 등급의 빈 구멍을 메우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부산시의 경우 2023년 기준 산하 구·군에 공동을 기한 내 복구하라고 통보했는데 전체의 30%인 115곳에 대한 복구가 정해진 기한보다 늦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안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초지자체가 일차적으로 공동 복구에 대한 책임이 있는데 예산 문제와 잦은 담당 인력 교체 등으로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이라며 “싱크홀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 이내 다시 소극적으로 임하는 관행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발견한 빈 구멍에 대해 도로관리청을 우선 복구 주체로 정해 기한 내 복구하도록 할 방침이다. 관련 법규상 고속도로는 국토부 장관, 일반 국도는 해당 광역시장, 지방도는 도지사 등이 복구 주체가 된다. 정부 또는 지자체가 우선 복구한 후 원인 제공 주체에 비용을 청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하에 전기·통신선 등 20개가 넘는 시설물이 들어가 있는데 다양한 원인에 의해 빈 구멍이 발생할 수 있다”며 “빈 구멍을 개별 지자체에서 먼저 메운 뒤 시설물 관리 주체가 추후 비용을 지급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지반 탐사와 관련해 정부가 주도권을 지니고 탐사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동안 지반 탐사는 지자체가 요청한 지역을 취합한 뒤 국토안전관리원이 해당 지역을 탐사해 개별 지자체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방식이 위험 구간을 간과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자체 점검 계획을 수립한 뒤 위험 구간을 직접 선별해 지반 탐사에 나서기로 했다. 지자체가 별도로 요청하지 않아도 지하 굴착 공사 지역 인근과 공사 다짐 불량 등이 의심되는 지역을 직접 탐지해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위험 구간을 선별하고 점검 계획을 수립한 뒤 탐지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개선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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