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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골프란 비즈니스같은 18번의 기회, 부도내도 기회는 또 온다”

[최고의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

_ 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 선정위원]

구길용 서울로얄마리나 회장

“요트스테이로 한강의 아름다움 전 세계에 알릴 것”

인생 두번 살려 시작한 요트, 골프처럼 ‘대중화’ 바라





서울의 한강공원을 찾거나 그 인근을 차로 지나다 보면 강변 쪽 물에 떠있는 듯한 수상 복합시설을 드문드문 볼 수 있다. 저런 시설은 도대체 누구 것일까.

결혼식장으로 익숙해진 반포대교 남단의 세빛섬은 효성그룹 계열사가 운영하고 있다. 2014년 개장했는데 20년 운영 뒤 서울시에 소유권을 넘기는 조건이다. 세빛섬과 비슷한 구조인 서초구 잠원한강공원 내 서울로얄마리나는 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 선정위원회 패널리스트인 구길용(사진) 대표이사 회장 소유다.

서울로얄마리나에서 만난 구 회장한테서는 마도로스의 풍모가 느껴졌다. 공대 졸업 후 ‘범LG가’인 희성그룹에 입사해 청춘을 바치던 구 회장은 몇 해 뒤 회사를 나와 서른이 되던 해에 개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서른 살 딱 됐을 때, 1월 1일부터 사업 시작했어요. 군 시절 탄약고 보초 서면서 정해둔 계획을 실행에 옮긴 거죠. 그룹사에 있으면 솔직히 편하죠. 하지만 어찌 되든 내 사업을 해야 한다는 의지가 더 컸어요.”

회사에서 배우고 익힌 기술과 수완으로 에어컨 컴프레서를 주로 만들어 납품했다. 사업은 기대 이상으로 잘 돼 중국에서도 소위 대박이 났다. 지금도 LG전자의 든든한 협력사다.

돈을 벌자 구 회장은 또 지체 없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인생을 두 번 사는 방법’이라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마음을 뺏긴 것. “12년 전이에요. 인생을 두 번 살려면 두 가지래요. 이민을 가거나 직업을 바꾸거나. 마침 미국의 한 잡지를 보다 보니 선호 직업 1위가 리조트 쪽이라더라고요. 근데 거기서 더 나아간 게 요트라고 하더군요.”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1000억 원 넘는 요트를 발주하고도 췌장암 탓에 타보지도 못하고 사망한 이야기 또한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구 회장은 “월급을 받는 직장인은 퇴근하면 하루가 끝나지만 경영자는 퇴근이 없다. 늘 고민이고 스트레스”라며 “요트 사업도 고민은 많지만 이건 좀 다르다”고 했다. 요트가 아직은 낯선 우리나라에 요트 문화를 전파하려는 의욕과 설렘이 그 ‘다름’의 바탕인 듯했다.

구 회장은 서울부터 경남 통영과 고성, 창원, 거제까지 전국 5곳에 마리나(요트 정박지) 또는 마리나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대당 3억 이상 하는 요트도 20대를 보유 중이다.

구 회장은 “퍼블릭 골프장이 대세가 됐듯 요트에도 퍼블릭(대중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요트와 음식, 문화가 어우러지는 그림을 그리는 중인 그는 서울로얄마리나 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 요트 체험 기회를 주는 프로모션부터 시작할 참이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면 요트 시대가 온다고 하잖아요. 우리나라가 지금 3만 7000달러쯤으로 이탈리아와 비슷합니다. 이탈리아는 요트 천국인데 우리는 그렇지 못한 건 기업들이 요트를 살 수 없게끔 분위기가 경직돼 있기 때문이에요. 요트에서 회의도 하고 노사 간담회도 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지면 요트가 하나의 문화가 되고 연관 일자리가 창출될 수도 있는 거죠. 골프처럼요.” 요트로 생겨나는 일자리는 기관사와 셰프, 기타 서비스직 등 다양하다.

요트에서 숙박하며 음식을 즐기는 등 가족이 펜션처럼 이용하도록 빌려주고 그러다 요트 수입을 대행할 수도 있고, 또 겨울에는 남쪽 지방으로 요트 여행도 안내하는 게 구 회장의 큰 그림이다. 그는 “통영, 고성 같은 곳은 마리나 바로 앞이 골프장이다. 하루 정박해 놓고 골프도 치면 얼마나 좋나. 서울로얄마리나에 요트 아카데미를 개설해 3개월 라이선스 과정도 곧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요트가 있어도 차로 치면 주차장인 계류장이 부족해서 문제인데 서울로얄마리나는 위치상 계류에도 최적이라는 자랑이다.

외국인 전용의 ‘요트 스테이’ 상품을 개발해 전 세계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 한강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는 구 회장은 경남 김해에 한국 최초의 ‘은퇴자 마을’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라고도 했다. “노인들도 일을 해야 건강한 법입니다. 같이 모여 살도록 집과 음식을 제공하되 하루에 3시간 일할 기회를 주는 거죠. 채소 가꾸거나 빵 만들거나 커피숍에서 일할 수도 있고요. 거기에 파크 골프장도 갖출 거예요. 18홀 만들려고 허가 받을 준비 중입니다.” 구 회장의 눈이 다시 반짝였다.






18문 18답

-구력은?

“1993년부터 쳤으니 32년째다.”

-평균 타수

“지금은 80대 초중반.”

-월 평균 라운드 횟수

“5~6번.”

-보유한 골프 회원권은?

“경남 고성의 노벨CC와 창원의 창원CC.”

-평소 코스를 평가할 때 우선으로 삼는 기준은?

“첫 번째는 첫인상. 그린 등 코스 관리가 되겠다. 둘째는 직원들의 친절도, 셋째는 클럽하우스다. 너무 변변치 못하고 깨끗하지도 않으면 코스가 아무리 좋아도 마이너스가 되는 게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국내 골프장은?

“코스 관리와 서비스, 클럽하우스까지 최고 수준을 갖춘 성문안이다. 그리고 거제 드비치.”



-가장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골프장은?

“드비치와 해남 파인비치. 바다를 향해 탁 트여있는 속 시원한 느낌으로 국내 최고라고 생각한다.”

-나의 베스트 파3 홀

“창원 용원CC 백구 코스 6번 홀. 1996년에 이 홀에서 처음 홀인원을 했다. 185m 거리였고 5번 우드로. 입문한 지 2·3년쯤 돼서 95개 칠 때인데 홀인원이 나왔다. 지금은 5번 우드로 185m를 절대 보낼 수 없기에 더 잊을 수 없는 홀이다.”

-베스트 파4 홀

“창원CC 동코스 5번. 거기서 5~7번 홀(파4·파5·파3) 사이클 버디도 했었다. 드비치 5번 홀도 아름답다. 내리막 티샷은 쉬운데 두 번째 샷 때는 오른쪽이 다 물이고 물을 따라 죄다 벙커라 세심한 공략을 요구한다.”



-베스트 파5 홀

“드비치 12번 홀. 그린에 올라가면 해수욕장과 고요한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외국에 소개할 만한 한국 골프장만의 자랑은?

“티오프 시간 엄격히 지키는 것과 빠른 경기 진행. 물론 더러 지나친 ‘빨리빨리’ 재촉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자랑할 만한 대목이다. 캐디 능력도 자랑이다. 한 명이서 골퍼 넷을 다 담당하지 않나. 다른 나라 가보면 새삼 한국 캐디가 대단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의 골프장 문화 중 이어져야 할 것과 없어져야 할 것은?

“이어져야 할 건 앞에 말한 시간 관념이고 없어져야 할 건 뒤 팀의 잘못된 에티켓이다. 앞 팀에서 아직 공 치고 있는데 들리게 소리를 친다든가 아직 사람이 빠지지 않았는데도 서둘러 치는 등의 모습은 없어지면 좋겠다.”

-우리나라 골퍼들이 꼭 갖추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매너와 에티켓은?

“내기는 경기의 재미를 높이는 하나의 도구지만 내기하다가 싸움으로 번지면 안 된다. 룰을 갖고도 서로 좀 양보하면 되는데 왜 싸우나. OB 라인에 애매하게 걸린 공을 갖고 OB다, 아니다 실랑이도 많이 하더라. 상대의 양심을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하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동반자의 모습은?

“약간은 경쟁심을 가진 동반자. 대충대충 치는 사람과 치면 나도 재미가 없다. 족구를 할 때 막걸리 한 병만 내기로 걸어도 흙탕물 묻은 공에 머리를 갖다 댄다. 어느 정도 경쟁심이 있는 라운드여야 서로 재밌다.”

-가장 좋아하는 골프 선수는?

“최경주. 키가 큰 것도 아니고 폼이 아주 좋은 것도 아닌데 성실성과 불굴의 정신력으로 지금 위치에 올랐다고 본다.”

-골프 금언이나 좌우명

“운칠기삼. 홀인원이든 버디든 한 방을 노릴 수 있는 여지가 있어 골프가 좋다. 양파도 할 수 있지만 그다음 홀은 또 새로운 기회가 오는 것 아닌가.”

-골프 입문 계기

“사업하던 시절 옆 공장 사람이 7번 아이언을 선물로 줬다. 연습장도 한 번 안 가보고 아이언 한 자루 들고 첫 라운드를 따라갔다. 매 샷에 얼굴이 벌게지더라. 그때부터 연습을 시작했다.”

-나에게 골프란

“18번의 기회. 비즈니스와 아주 닮았다. 욕심을 내서 무리하게 추진하면 실패하듯 골프에서도 그러면 양파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부도 내고도 기회는 또 온다. 다음 홀 버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처럼. 승부를 걸어야 하는 홀에선 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내게 골프는 다양한 얼굴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피 나게 연습해서 직업처럼 치고 어떤 이는 술 먹는 재미로 명랑하게 친다. 다 각자의 시각이 있고 그에 따라 다른 얼굴로 다가오는 게 골프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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