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잇따라 전화 통화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최근 답보 상태에 머문 가운데 이번 전화 통화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CNN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종전 문제를 논의했다. 러시아 국영방송도 푸틴 대통령이 이날 러시아 남부 휴양 도시 소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19일) 오전 10시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할 것”이라면서 “통화의 주제는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5000명 이상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인을 죽이는 ‘대학살’을 끝내는 일과 무역”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대화를 나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젤린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한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진행한 건 집권 2기 들어 이번이 세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2일 푸틴 대통령과 첫 통화를 통해 종전 외교를 공식화한 바 있다. 이어 3월 18일 통화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양측이 30일간 에너지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제한적 휴전에 합의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 협상 논의는 교착 상태에 빠진 분위기다. 지난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3년 만에 처음으로 고위급 대면 협상을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협상에서 양측은 1000명씩 포로를 교환하는 데만 합의했다. 러시아는 앞서 미국과 서방이 제안한 ‘조건 없는 30일 휴전’ 제안에도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J.D. 밴스 부통령도 이와 관련해 “우리는 지금 약간의 교착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에어포스투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평화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통화에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종식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통화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에 가능한 한 빨리 평화로운 해결과 휴전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무엇을 달성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은 휴전과 이 분쟁의 종식을 보는 게 자기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그는 분쟁의 양쪽 모두에 지치고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도 통화해 우크라이나 전쟁 사안을 논의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진행했다. 영국 총리실은 이와 관련해 “두 정상은 무조건적 휴전의 필요성과 푸틴 대통령이 휴전 및 평화 회담에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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