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관세정책으로 불가피하게 경영 전략을 바꾸고 있는 미국 기업에 “탓하지 말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자국 기업을 무리한 관세정책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월마트는 체인 전반에 걸친 가격 인상 이유로 관세를 탓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한 인터뷰에서 “관세가 여전히 너무 높아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월마트에서 더 높아진 가격을 보게 될 것”이라며 가격 인상을 예고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마트는 지난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였다”며 “나는 물론이고 고객(소비자)들이 지켜볼 것이다. 관세를 소비자에 전가하지 말고 중국과 협의해 관세를 ‘흡수’하라”고 다그쳤다.
트럼프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요 기업들은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대형 유통 업체인 타깃과 로우스·홈디포 등이 이번 주 가격 조정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 역시 최근 차량 3종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미국 내 딜러사에 알렸다. 프랑스 명품 업체 에르메스, 독일 샌들 업체 버켄스탁 등 외국 기업들도 미국 판매가에 비용 상승분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4일 중동 순방 자리에서 미 빅테크 애플을 압박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전날인 13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인도 공장 건설을 중단하라”며 불만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은 인도 전역에 아이폰 생산 공장을 짓고 있지만 나는 (쿡 CEO에게) ‘당신이 인도에 (공장을) 짓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화 결과 애플도 미국 내 아이폰 생산을 늘리겠다는 답을 내놓았다”고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에 부적절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애플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이 내린 국경 봉쇄 조치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겪은 후 중국 생산 라인을 인도로 옮겨왔다. 실제로 올 3월 기준 아이폰의 인도 생산량은 1년 전 대비 60% 가까이 증가했다. 이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과 중국이 무역 공방을 벌이자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인도 생산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발언으로) 미국 판매용 아이폰을 인도에서 더 많이 생산하려는 애플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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