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PPI(생산자물가지수)가 5년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발표된 이후 글로벌 무역 긴장이 높아지고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을 관망하는 기업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15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는 4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5%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월 대비 0.3% 상승을 예상한 다우존스 집계 전문가 전망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2.4%로 역시 시장 전망치(2.6%)를 하회했다.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0.1% 내려 0.3%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 전망에 크게 못 미쳤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9% 상승했다.
최종 수요 서비스 가격이 전월 대비 0.7% 하락한 것이 지수 하락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최종 수요 상품 가격은 전월 대비 보합했다.
PPI는 생산자가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다. 일정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소비자 물가(CPI)의 선행 지표로도 받아들여진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PPI 하락에 대해 "미 생산업체들이 수입 원자재 및 기타 투입재에 대한 공격적인 관세 부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아직 소비자에게 비용 전가를 하지 않은 곳이 많았던 영향"이라고 풀이하며 "미 기업들은 급변하는 정책 환경에서 관세 인상의 영향을 어떻게 완화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의 최근 기업 인플레이션 전망 조사에 따르면 10%의 비용 증가분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가할 수 있다고 답한 기업은 5곳 중 1곳도 되지 않았다. 경기 악화로 소비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는 자사 차량에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현대자동차는 다음달까지 가격을 동결한 상태다.
다만 기업들의 이같은 노력이 얼마나 이어질지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월마트는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이달 말부터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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