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즉 데이터는 현대 정보화 사회의 기초이자 핵심 역량이다. 사소하다고 치부되기 쉬운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집적돼 제대로 분석·활용되면 무한한 효용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개발에도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지난 농경사회에서의 쌀, 산업화 시대의 석유의 역할을 지금은 데이터가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정보의 활용에만 치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보를 지닌 정보주체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 특정 개인의 사상, 신념, 건강 등에 관한 민감한 개인정보는 경제적 가치를 넘어 개인의 인격을 표상하는 기본권적 의미도 가진다. 정보의 보호와 활용은 서로를 견인하는 쌍두마차이면서 동시에 서로를 제약하는 긴장 관계에 있다.
최근의 유심(USIM) 해킹 사태처럼 대규모로 기업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하지만 우리 주변 일상에서도 개인정보 침해의 우려가 상존한다. 거의 모든 자료가 개인정보에 해당할 수 있으며 개인이라도 개인정보처리자로서 법률이 정하는 적정한 관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의 내용과 규정 체계가 너무나 복잡해 전문가조차도 잘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관련 학술대회에서 발표자가 그에 관한 애로를 토로하고 토론자들이 공감하는 장면도 봤다. 기업의 개인정보 전문 조직이나 전문 학자들도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법률을 어찌 일반 시민들이 제대로 알고 지키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물며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뿐 아니라 엄중한 형사책임까지 져야 한다. 일반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격이다. 실제로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심의되는 분쟁사례도 매우 다양하다. 실생활에서 동료나 이웃 사이에 생기는 분쟁의 많은 부분에 개인정보 문제가 내재하고 있다. 분쟁의 실체에 관한 다툼이 실질적으로 마무리된 후에 지엽말단적인 개인정보 유출이 문제가 돼 예상치 않은 추가 분쟁을 야기되기도 한다. 권리 침해를 주장하면 오히려 상대방이 그 권리 구제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침해를 문제삼아 공격하는 사례도 종종 보인다. 이런 현상은 개인정보의 보호를 위한 당초의 목적과는 다소 유리된 것이다.
법규는 쉽고 투명해야 한다. 형사처벌을 담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법을 어기고 싶지 않은데 잘 몰라서 어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아가 법을 찾아봤는데도 애매하고 불명확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는 더욱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시민 친화적으로 개인정보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쉽게 이해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널리 알리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영수 광장 대표변호사·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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