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10명 중 6명 이상이 수업 거부를 고수하면서 8000명이 넘는 의대생이 유급 처분을 받게 됐다. 학사 유연화 불가, 의대 모집 인원 동결 등 강경책과 유화책에도 의대생 단체를 주축으로 한 강경파들의 압박과 새 정부 출범 이후 구제 기대감 등이 미복귀 의대생들의 단일대오를 깨지 못한 이유로 분석된다.
9일 교육부가 공개한 40개 의대 유급·제적 현황에 따르면 의대 재학생 1만 9475명 중 유급 예정 인원은 8305명이다. 제적 예정자(46명), 학칙상 예과 과정에 유급이 없어 성적 경고를 받게 될 인원(3027명), 1개 과목만 수강신청한 학생(1389명)까지 더하면 1학기에 최대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은 6708명이다. 수업 복귀율이 34.4%에 불과한 셈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17일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을 3058명으로 동결하는 안을 확정하면서 동결 결정이 의대생의 수업 참여를 높이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동결 발표 당시(25.9%)와 비교하면 증가율은 8.5%포인트에 그쳤다. 결과만 놓고 보면 전원 복귀 시 동결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면서 내놓은 카드가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강경파 의대생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예상이 들어맞은 것이다. 실제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동결 이후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의대생 복귀 마감 시한인 7일 자퇴 결의를 한 데 이어 정부를 상대로 법적 소송전에도 나섰다. 의대협은 이날 교육부가 대학에 의대생들의 휴학계를 반려하게 한 데 이어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은 제적·유급하도록 압박했다며 오석환 교육부 차관 등 교육부 관계자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의대협을 필두로 강경파 의대생들의 수업 불참 독려가 복귀율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의 한 총장은 “동결 발표 이후 미복귀 의대생들을 설득하기 위해 여러 차례 만났다”면서도 “수업에 복귀는 하고 싶지만 투쟁하고 있는 선배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답한 학생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학사 유연화를 통해 의대생 다수가 유급·제적 처분을 받지 않았던 것처럼 새 정부가 출범하면 다시 한 번 구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수업 복귀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정책 일관성, 학칙 적용 과정에서 형평성을 고려하면 유급·제적 처분은 대선 결과와 상관 없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육부는 대학별 유급·제적 확정으로 내년에 24·25·26학번이 동시에 1학년 수업을 받는 ‘트리플링’이 현실화함에 따라 의대 교육 파행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유급 결정으로 복수 학번의 학생들이 같은 학년으로 동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겠다”며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신입생이 우선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대학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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